[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국제 유가가 2월 저점 대비 90% 가까이 폭등, 배럴당 50달러 선의 안착을 시도하고 있지만 산유국과 석유 업계에 축포는 엿보이지 않는다.
유가가 50달러 선에서 지지를 받는다 하더라도 산유국의 재정을 회복시키는 데 턱없이 역부족일 뿐 아니라 석유 업체들의 감산을 이끌어낼 만큼 충분히 낮은 수준 역시 아니라는 지적이다.
바레인 유전의 모습<사진=AP/뉴시스> |
일부 시장 전문가는 배럴당 30달러에 비해 50달러 내외의 최근 유가가 관련 국가와 업체에 오히려 최악의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가파른 유가 상승에도 산유국의 경제 위기는 날로 심화되는 양상이다. 베네수엘라는 극심한 재정난으로 인해 전력 공급을 중단한 상황이며, 리비아와 알제리, 나이지리아 등 그 밖에 산유국 역시 실물경기가 급격하게 하강하고 있다.
앙골라 통화 가치는 자유낙하를 연출하고 있고, 상황은 알제리와 이란, 사우디 아라비아까지 주요 산유국이 마찬가지다.
또 음식품부터 대중교통까지 각종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생활고가 날로 극심해지는 실정이다.
율로지오 안토니오 델 피노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비엔나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구기구(OPEC) 석유장관 회의에 앞서 “디폴트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대다수의 산유국들이 자금 조달에 더욱 난항을 겪고 있다”며 “최근 원유 시장은 최악의 상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OPEC을 향한 산유국들의 원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감산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해 유가가 10여년래 최저치로 떨어진 데 따라 재정이 취약한 산유국들을 위기로 몰아넣었다는 지적이다.
헬리마 크로프트 RBC 캐피탈 마켓 애널리스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최근 2년간 국제 유가 폭락은 원유 생산 원가가 높은 기업 및 국가에 더욱 커다란 치명타를 가했다”며 “재정과 경제 펀더멘털이 취약한 산유국들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회복하더라도 실물경기의 온전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배럴당 50달러 내외까지 오른 유가가 관련 국가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으로 곤두박질치는 사이 메이저 석유 업체들은 대형 프로젝트를 일제히 중단하고 자산을 매각하는 등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때문에 공급 과잉 문제가 일정 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번졌다.
하지만 최근 유가 반등이 구조조정의 속도를 오히려 저하시켜 수급 불균형을 진정시키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날 CNBC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미국 셰일 업계를 무너뜨릴 의도를 가지고 있지만 실상 OPEC 회원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2일부터 열리는 이번 OPEC 회의에서 ‘서프라이즈’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월가 애널리스트는 내다보고 있다.
감산 합의가 도출될 여지가 지극히 낮은 것은 물론이고 지난 4월 회자됐던 산유량 동결조차도 실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