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태희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사업 방향을 바이오 의약품 위탁 생산으로 잡은 후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글로벌 제약사 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이란 지적부터 '삼성 DNA는 퍼스트 무버가 아닌 패스트 팔로워'란 비아냥까지 쏟아졌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바이오로직스) 사업 구조를 찬찬히 뜯어보는 사람은 이런 의견에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 삼성이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2일 바이오·제약업계에 따르면 바이오로직스 사업 기본 골격은 반도체 사업과 유사하다.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공장을 짓고 부지런히 공장을 가동하면 되지만 기술이란 요소가 더 필요하다. 첨단 반도체를 아무나 만들지 못하는 것처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또한 누구나 생산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예컨대 일반 의약품은 메뉴얼대로 화학 성분을 결합하면 복제약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바이오의약품은 힘들다. 때문에 '오리지널과 유사하다'는 의미에서 시밀러(similar)를 붙인다. 바이오시밀러는 일종의 진입 장벽이 있는 셈.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조감도 / <사진=삼성엔지니어링> |
삼성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공정과 플랜트 설비 기술을 갖고 있다.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을 짓고 가동하기까지 5~10년 걸리는데 삼성은 이 기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2월 공사를 시작한 제 3공장을 오는 2017년 완공, 2018년 가동한다는 목표다.
체계적 관리와 엄격한 위생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도 두 사업의 공통점이다. 반도체 생산 기술을 적용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제 1공장을 실사를 했을 때 단 한건의 지적도 받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을 짓는 삼성엔지니어링이 바이오로직스 제 3공장을 건설한다"며 "다른 제약사와 차별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업계 관계자는 일단 설비 투자를 마무리하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8500억원을 투입해 3공장을 짓는 게 '밑 빠진 독에 물붓기'는 아니란 설명이다.
현재 바이오의약품 위탁 생산 시장은 스위스 '론자'와 독일 '베링거잉겔하임' 두 회사가 양분한다. 양사 점유율은 90%에 육박한다. 1위인 론자는 26만리터, 베링거인겔하임은 24만리터를 생산할 수 있다. 바이오로직스는 3위다. 다만 제 3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36만리터를 생산할 수 있다. 단숨에 글로벌 1위로 올라간다.
업계 관계자는 "진입장벽이 있는 시장에서 1위를 하면 향후 '치킨게임'에서도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