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허정인 기자]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이 3일 오전 극비에 한국은행을 방문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와 비공개 회담을 갖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환율 정책에 경고를 가했던 루 장관이어서, 비밀스런 20분 동안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 지명자가 13일 워싱턴 의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
3일 오전 10시경 제이콥 루 재무장관은 마크 루퍼트 주한 미국대사와 함께 한국은행을 방문했다. 루 장관은 이날 오후에 있는 한·미 재무장관 회의를 소화하기 위해 방한했으나,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만나기 전에 한은 총재부터 만났다. 미국 재무장관이 방한 후 한국은행을 먼저 찾은 것은 이례적이다.
한은 측은 “왔는지도 확인해줄 수 없다”며 일축했다. 다만 환율과 관련해 민감한 얘기가 오갔을 것으로 추측된다. 근래 미국과 한국의 통화정책 스탠스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5월부터 강력한 매파 발언으로 금리인상 가능성을 암시했다. 이에 달러화 가치는 급등했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 중이다. 미국은 예민할 수 밖에 없다. 국내 금리 인하로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달러화가 상대적으로 올라, 수출에서의 입지를 불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 올해는 미국이 대선을 앞두고 있어 ‘보호무역주의’도 뜨거운 이슈 중 하나다. 특히 이날 미국정부는 한국 철강제품에 최대 47.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수출이 문제라는 뜻이다.
지난 1일엔 리퍼트 대사가 “한국은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라며 한국의 법률시장 개방과 기업 규제 완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 4월 환율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루 장관은 “한국의 환율 정책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압박을 가했다. 자국 수출을 불리하게 하는 원화가치를 절하시키지 말라는 의미다.
미국 재무장관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2010년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차 한국에 온 티머시 가이트너 장관 이후 5년 반만이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