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신정 기자] 사내유보금 증가가 투자와 고용 감소를 의미한다는 주장에 반박하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은 '사내유보금의 의미와 정책적 시사점'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김윤경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사내유보와 투자·고용은 상반된 개념이 아니다"며 "사내유보금이 늘어나는 것을 두고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법인세를 낮춰주면 투자가 늘어날 거라고 봤는데 기업이 투자는 하지 않고 사내유보금만 늘어났다'는 식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사내유보와 투자는 서로 상반된 개념일 수 없다는 게 한경연의 분석이다.
<CI=한경연> |
오해를 사고 있는 사내유보금은 재무상태표의 이익잉여금 계정을 의미한다. 이익잉여금은 기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지금까지 축적된 것이다. 하지만 그 이익의 형태가 현금으로 쌓여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한경연이 우리나라 시가총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이익잉여금 대비 현금 비율은 약 40.8%에 불과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사내유보금의 나머지 59.2%는 설비투자 등 다양한 형태로 남아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개념상 이익잉여금이 줄어드는 상황은 현실적으로 많이 일어나지 않는다.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 이상으로 배당을 하거나 자본편입 등이 발생할 때 이익잉여금이 줄어들게 된다. 김 부연구위원은 "전 세계 기업들의 재무상태표를 분석해도 사내유보금이 줄어드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투자를 많이 하고 고용을 많이 한다고 사내유보금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경연은 사내유보와 대비되는 기업의 선택은 주주 배당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의 사내유보금 과세 역시 소득세를 회피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부당하게 배당을 이연시키려는 기업에만 적용된다. 한경연은 "사내유보금을 쌓아두지 말라고 하는 말은 결국 배당을 늘리라는 것"이라며 "사내유보금을 쌓아두지 말라면서 투자를 늘리라는 것은 무리한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실제 우려해야하는 것은 사내유보금의 감소 현상이라고 주했다. 한국·미국·중국·일본 4개국 시총 500대 비금융기업의 이익잉여금 추이를 분석한 결과, 절대액이나 증가속도에 있어서 우리가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배당의 증가로 볼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한국 기업의 이익창출능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시총 500대 기업의 이익잉여금 합계액은 4조942억 달러였고, 일본 1조4957억 달러, 중국 7817억 달러, 한국 6058억 달러 순이었다. 미국은 우리의 6.8배, 일본은 2.5배에 달하는데도 기업 사내유보 규모가 크다고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논란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한경연은 오히려 이익잉여금 증가속도가 느려지는 점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4개국 500대 기업의 지난해 이익잉여금 증가율을 비교한 결과, 일본 13.6%, 중국 4.3%, 미국 1.9%, 한국 1.1%로 우리나라가 가장 낮았으며, 일본은 실적 반등을 반영해 급격히 높아졌다.
기업 현금보유액 역시 절대규모에서나 보유비율에 있어서도 우리가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500대 기업이 보유한 현금 규모는 1조 3106억 달러로 2472억 달러인 우리나라의 5.3배에 달했다. 일본 역시 6606억 달러로 한국의 2.7배, 중국은 5353억 달러로 2.2배 더 많았다. 자산 대비 현금 비율은 일본 13.7%, 중국 13.5%, 한국 12.5%, 미국 7.1% 순이었다.
한경연은 결국 현금 보유든 사내유보 추이든 경제의 영역에 대한 지나친 정치적인 해석은 경제현실에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