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광연 기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흔들리고 있다. LG유플러스의 사실조사 거부에 대한 대책 마련 과정에서 여야 위원들간 갈등이 표출돼 대립각이 커지면서 규제기관인 방통위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17일 방통위에 따르면 단통통 위반 혐의에 대한 방통위의 사실조사를 LG유플러스가 지난 1,2일 거부한데 대한 대책 마련 과정에서 여야 위원들간에 고성이 오가며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의 방통위 조사 거부에 대해 야당 추천 위원들은 강력하고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지만 여당 추천 위원들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갈등을 빚은 것이다. 현재 5인의 방통위원 중 최 위원장과 이기주, 김진석 위원은 여당 추천이며 김재홍 부위원장과 고삼석 위원은 야당 추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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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김 부위원장이 방통위의 입장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데 대해 당시 해외출장으로 부재중이던 최 위원장이 합의되지 않는 독자적 행위라며 불쾌감을 나타내면서 심각한 대립 구도가 발생했다.
지난 10일 전체회의에서 김 부위원장은 최 위원장에게 “LG유플러스 사실조사 거부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월권이라고 지적한 것은 공격적인 비난”이라고 말하며 강하게 반발했으며 이에 최 위원장이 “정상적인 절차를 지적한 것. 빨간 선글라스 쓴 사람에게는 다 빨간색으로 보인다”며 반박하기도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금은 원만하게 해결된 상태”라며 “앞으로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도 지난 회의에서 “방통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위원장으로서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여야 위원간의 갈등이 단순한 대립이 아닌 방통위 의사결정 자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김 부위원장과 고 위원은 “방통위가 여당측 임명 위원들만으로 중요한 결정을 강행하고 있다. 이는 승자독식이라는 반민주적 논리”라고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합의제 의사결정 규범이 다수결 원칙에 밀려 외면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해묵은 갈등이 4개월만에 다시 폭발한 셈이다.
핵심 정보가 야당 위원들에게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 부위원장은 “LG유플러스가 사실조사를 거부했다는 내용을 언론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았다”며 정보 공유에서 소외받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방통위는 사실조사 거부한 LG유플러스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요구한 야당 위원들의 주장을 수용, 과태료 부과를 결정하면서 갈등을 서둘러 수습하고 나섰다. 그러나 방통위 운영방식과 결부된 문제라는 측면에서 이런 미봉책이 근본적인 해법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주요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방통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조사거부 2주만에, 그것도 여론을 통해 사태의 심각성이 부각된 이후에야 과태료 처분을 결정한 이번 사례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 논란과 케이블TV와 지상파 간 재송신료 갈등 등에 대해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방통위의 권위가 크게 손상됐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 사태가 도화선이 됐지만 그동안 방통위가 규제기관으로 확실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 제기돼왔다”며 “규제기관이 신뢰를 잃으면 시장 자체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방통위의 자기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정광연 기자(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