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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5조짜리 초대형IB, 뭣이 급한디?

기사등록 : 2016-06-2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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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박민선 기자] 좀처럼 공감한다는 사람이 없다. "이유가 뭔가요"라고 묻자 돌아오는 답은 한결같이 "글쎄올시다"다. 수장이 바뀐 뒤로 적잖은 호평을 받아온 당국이지만 이번만은 업계내 우군 찾기가 쉽지 않다.

좁은 시장에서 출혈 경쟁을 반복하지 말고 큰 무대로 나가야 한다는 당위성 자체를 문제삼는 건 아니다. 다만 거듭되는 증시 부진, 이로 인해 체력이 고갈돼 가는 지금, 굳이 자기자본 기준을 2조원 더 높인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까.

당국이 자기자본 3조원 기준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를 선보인 것은 5년전. 당시만 해도 프라임브로커 '면허'를 획득하게 되면 증권사들의 기업에 대한 신용공여 등 수익구조 다양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한국투자증권, 대우증권, 구 우리투자증권 등 대형사들이 수천억원대 유상증자 소식에 나선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의 항의가 쏟아지졌지만 이들은 장기 성장성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데 공을 들였다.

5년이 흐른 지금, 프라임브로커로서 이렇다 할 변신을 보인 증권사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영업 자율성 확보 측면에서 규제 완화가 필요했다는 것이 이들의 목소리다. 레버리지 비율 규제 부담을 낮춰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요즘 금융당국은 '빅 사이즈'를 조건으로 달아 극소수에게만 규제 완화를 허용하겠다는 분위기다. 불과 얼마 전까지 3조원대 나란히 서 있었던 증권사들 가운데 독보적 1위사가 탄생했다는 이유로 이를 기준으로 혜택을 주겠다고 선언한다면 형평성을 문제삼아 적잖은 갈등이 빚어질 게 뻔하다. '3조원'을 향해 쉼없이 달려온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 등 중형사들의 허탈감은 두말할 나위 없다.

특혜 논란을 무릎쓰고라도 해외 진출을 서두를만큼 이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느냐는 점도 의문이다. 해외 시장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국내 시장에서의 체력 강화가 선행돼야 하는데 아직까지 검증된 부분이 없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의 지적처럼 M&A시장에서 외국계 IB나 회계법인에 주도권을 내주고 기업공개(IPO)를 주도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집 키우기만이 정답이라는 결론이 내려지고 이를 통해 울며 겨자먹기로 또다시 자기자본 확대가 이뤄진다한들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무리한 유상증자와 자기자본 확충을 위한 인수합병(M&A) 시장의 과열 및 거품 발생 등 부작용은 또 누가 감당해야 할까. 

비옥하지 않은 토양에서 섣부른 '솎아내기'는 한해 농사를 망치는 악수가 될 수 있다. 더 좋은 거름과 물을 주면서 생존력이 더 강한 열매들을 남기는 것이 생존 확률을 높이는 데에 유리할 수 있다.

3조원이든 5조원이든. 훗날 되돌아 본다면 그야말로 '도토리 키재기'일텐데 말이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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