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주은 기자] #직장인 A씨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청약해 프리미엄을 받고 분양권을 되파는 방안을 생각 중이다. 하지만 정부가 당장 7월부터 중도금 대출 보증 요건을 강화한다고해 청약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강남 재건축의 경우 59m²라 하더라도 분양가가 9억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 보증 대상이 되지 않는다. 중도금 대출이 안되면 A씨가 직접 자금 마련을 하거나 건설사가 연대보증 하는 대출 상품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대출 금리가 상당히 올라갈 것으로 예상돼서다. 또 강남 지역 분양권 전매는 6개월이 지나야 하는데 6개월 이내 중도금 납부일이 도래하기 때문에 이전에 분양권을 팔 수도 없다. 중도금 대출을 놓고 비용 등을 따져 청약할지 포기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다.
주택시장에서 유일하게 수요자가 몰리는 분양 시장도 냉각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을 내놓으면서 중도금 대출 규제를 강화키로해서다. 여기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결정된데 따라 주택시장은 지금보다 경색될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했다.
2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정부의 집단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주택 투자수요가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실수요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재테크' 시장으로서 주택시장의 가치가 상실될 것이란 설명이다.
정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오는 7월부터 중도금 보증 요건을 9억원 이하 아파트로 제한한다. 또 1인당 2건에 한해 서울 및 수도권은 6억원, 지방은 3억원 범위에서 중도금 대출 보증을 해준다.
이에 따라 9억원을 초과하는 강남 재건축, 강북 중대형 아파트 같은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청약 경쟁률이 다소 둔화될 전망이다. 실수요 중심의 시장으로 재편되는 등 투자수요가 어느 정도 걸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정부 대책은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강남 재건축 고분양가가 주춤하고 강북과 송도·위례신도시 중대형 등 인기지역 청약 경쟁률이 낮아지고 완판 속도가 늦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대출 제한은 돈 없는 사람은 주택 청약을 하지 말라는 의미”라며 “확실히 투자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또 중도금 대출을 HUG가 아닌 건설사가 연대보증 서는 경우 집단 대출 금리가 비교적 큰 폭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박 전문위원은 “건설사가 연대보증을 서게 되면 1금융권의 경우 연간 0.5~0.7% 포인트, 2금융권은 1% 포인트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까다로워진 대출 요건으로 중도금 납부 직전 초기 분양권 전매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또 기존 분양권의 경우 대출 제한이 적용되지 않아 단기적으로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최근 브렉시트에 따른 금융시장 경색이 이번 대책과 더해져 부동산 시장을 더욱 냉각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기존 주택시장은 지난해에 비해 거래량이 큰 폭으로 줄어든 상태다.
이는 해외수주가 어려워진 건설업계에 대해 국내 주택사업에도 타격을 줘 내수 시장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신규 주택 분양 가운데서도 지금은 재건축만 살아있는 상황”이라며 “대외 악재(브렉시트)에 이어 국내 대출 규제 강화로 돈 줄을 옥죄는 것이어서 시장이 너무 냉각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건설사들은 해외손실을 국내 주택시장에서 메우고 있다”며 “분양 열기가 꺾이면 건설사는 분양 물량을 줄이게 되고 내수 시장의 위기로 확산돼 더 나아가면 건설사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초저금리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새로운 형태의 투자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중도금 납부 여력이 줄어들게 된 만큼 중도금 납부 이전인 계약 직후 분양권을 전매하는 경우도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센터장은 “더욱이 이번 대출 규제는 유예기간 없이 오는 7월부터 바로 시행돼 신규 청약 시장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