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심지혜 기자] SK텔레콤이 글로벌 시장에서 구겨졌던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국내에선 1위 사업자로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지만, 나라 밖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던 SK텔레콤이다.
27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올해 독일, 이란, 인도네시아 등의 해외 사업자와 잇딴 협업을 이끌어 냈다. SK텔레콤은 이를 계기로 과거의 부진을 벗고 글로벌 사업자로 재도약한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은 지난 5월 2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IoT(사물인터넷) 기반 사업협력을 위해 이란 에너지 부(Ministry of Energy)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왼쪽부터 카비리이란 에너지부 장관 고문, 장동현 SK텔레콤사장) <사진=SK텔레콤> |
◆ 해외만 나서면 '난항'
SK텔레콤은 2001년부터 해외 시장에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렸으나 실패만 되풀이하는 흑역사만 기록했다.
지난 2001년 SK텔레콤은 베트남 정부와 합작으로 'S폰'이라는 사업을 벌였지만 8년 만인 지난 2009년 철수했으며, 2005년에는 미국 알뜰폰 사업을 위해 '힐리오'를 설립하고 약 5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해 지난 2008년 헐값에 매각했다. 2007년에는 중국에서의 이동통신 사업을 위해 현지 통신사 차이나유니콤의 지분(6.6%)을 확보했지만 2009년 전량 매각했다.
또 중국 텔레매틱스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2008년 139억원에 현지 GPS 제조 업체 '이-아이(E-eye) 까오신'을 인수했지만, 11억원 가량의 적자를 내 지난해 1월 매각하고 손을 뗐다. 2010년 투자한 미국 이통사 라이트스퀘어드 또한 2012년 파산신청을 신청하며 6000만 달러의 투자 손실을 맛보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자회사 SK플래닛을 통해 미국 커머스 플랫폼 기업 샵킥을 인수했지만 계속되는 투자에도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해 시작한 중국에서의 헬스케어 사업도 내세울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패배는 SK텔레콤의 해외 소재 계열사의 실적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10여개에 달하는 SK텔레콤과 자회사 SK플래닛의 해외법인들 대부분이 수년간 적자를 냈다.
이는 SK텔레콤 스스로도 인정하는 부분. SK텔레콤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낸 글로벌 사업이 적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롭게 진행하는 사업들은 이전과는 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역으로 러브콜 받아..'재기 노린다'
올 상반기 가장 큰 성과는 이란 정부와의 협업이다. 지난 2월 SK텔레콤의 세계 최초 IoT 전국망 구축 계획을 소식을 접한 이란 정부는 지난달 먼저 원격 가스검침 시범사업을 제안해왔다.
아직까지는 이란 국영가스공사인 NIGC와 이란 테헤란 내 5000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IoT 원격 가스검침 시범사업이나, 성공할 경우 향후 3200만 가구로까지의 확장을 노릴 수 있다. 여기서 최소 10% 시장만 확보한다 해도 3000~4000억원 상당의 매출을 확보가 가능하다.
또한 SK텔레콤은 이란 에너지부와 함께 테헤란 도심 내 15개 대형 빌딩을 대상으로 원격 전력제어 솔루션을 적용한 시범서비스도 한다.
이는 같은 달 인도네시아 최대 규모의 국영통신사 텔콤(Telkom)과 IoT 기반 사업 및 신규 성장 사업 영역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한다는 양해각서 체결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SK텔레콤은 중국의 O2O 시장에도 손을 뻗었다. SK텔레콤은 O2O플랫폼 사업을 위한 합자법인 설립을 목적으로 국내 스마트 스탬프 기술 보유 벤처기업인 원투씨엠과 중국 현지 전략적 투자자(SI) 3사와 함께 중국 투자의향서를 체결했다. 오는 8월 5자간 합자계약을 체결하고, 11월 중국 베이징에 합자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올 초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박람회 'MWC 2016'에서 미국 3위 통신 사업자 '티모바일'을 보유하고 있는 독일 통신사 도이치텔레콤과 협력 계약도 체결했다. 또 페이스북, 인텔 등 세계적 IT기업들과 함께 통신 인프라 고도화 및 모바일 서비스 혁신을 위한 글로벌 기업 연합체 'TIP(Telecom Infra Project)'도 공동 설립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그동안에는 통신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나서려 했지만 대규모 투자가 동반될 뿐 아니라 규제 산업에 속해있어 쉽지 않았다"며 "이제는 해외에서 먼저 러브콜이 들어오는 등 긍정적인 반응이 오고 있어 재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심지혜 기자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