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 23일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이른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확정된 데 따라 전세계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진 가운데 컴퓨터가 월가의 트레이더보다 충격 대응에 탁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투표에 앞서 금융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한 몇 주 사이 시스템이 결과 예측부터 후폭풍에 대한 수습까지 한 수 우위의 기량을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 발표 후 부산하게 움직이는 런던 금융권의 트레이더들 <출처=블룸버그> |
월가와 런던을 중심으로 금융권 트레이더와 펀드매니저들의 경우 상황을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판단하기보다 원하는 결과에 베팅했고, 이 때문에 국민투표 결과에 일격을 맞았다는 해석이다.
컴퓨터 모델에 의존한 자산운용 기법을 취하는 포트 LP는 영국의 EU 잔류를 예상했다. 하지만 자산 규모 20억달러의 이 운용사는 국민투표 결과보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무게를 둔 트레이딩에 나섰다.
미국 국채와 엔화 등 안전자산의 포트폴리오 비중을 대폭 높였고, 그 결과 소위 브렉시트 충격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한 지난 23일 하루에만 3%를 웃도는 수익률을 창출했다.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것은 포트 LP만이 아니다. 사전에 설정된 트레이딩 알고리즘에 따라 주식부터 파생상품 등 금융 자산을 거래하는 상품트레이딩어드바이저스(CTA) 관련 펀드가 일제히 시장에 압승을 거뒀다.
소시에테 제네랄이 집계하는 CTA 지수는 지난 24일 1.5% 상승했다. HFRX 글로벌 헤지펀드 지수가 같은 날 1.1% 떨어지는 데 그쳐 시장 낙폭에 비해 현저하게 미미한 손실을 냈다.
지수에 편입된 헤지펀드 가운데 15%가 CTA를 채택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CTA에 의존한 운용 기법이 성공을 거둔 데 대해 관련 운용사의 매니저들은 투자 심리와 시장의 잡음을 철저하게 배제한 데 따른 것으로 진단했다.
국민투표에 앞서 EU 탈퇴 찬성 쪽으로 기울었던 여론은 브렉시트를 반대했던 영국 노동당의 조 콕스 의원 충격 사망을 계기로 반대로 가닥을 잡는 듯 했다.
조지 소로스를 포함한 월가의 투자가들과 정치권 주요 지도자들 역시 영국이 EU 탈퇴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에 금융시장은 투표 이전부터 방향 없는 급등락을 연출했고, 브렉시트가 최종 결정됐다는 소식에 위험자산이 자유낙하 했다.
컴퓨터 시스템은 감정과 루머에 기댄 금융시장의 쏠림에 휘둘리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라라 마그누센 알테그리스 펀드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CTA 모델은 인간의 감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지난 24일 4%의 수익률을 올렸고, 주말 이후 27일에도 급락장 속에 수익률을 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