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허정인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에 대해 "재정에서 맡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여야를 불문하고 쏟아진 비판에 대해 총재는 대부분 동의의 뜻을 표했다. 그간 숨겨왔던 속내를 은근히 드러낸 셈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자료=뉴시스> |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자본확충은 재정에서 맡는 것이 맞다"면서 "재정에서 충분히 커버해준다면 중앙은행이 들어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의 "국회 기재위가 정부에게 추경을 대안으로 내라 하고, 자본확충펀드는 없던 일로 하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이 총재가 답한 내용이다.
유승민 의원은 이날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중앙은행의 총재가 이걸 막았어야 했다"며 "절차를 보니 아마도 기재부나 금융위의 압력 때문에 결론이 이렇게 난 것 같다"고 수위를 높였다.
이어 유 의원은 이 총재에게 "재정으로 하는 게 맞으면 중앙은행의 역할을 지키고 추경을 더 하게 하자"면서 "정부가 추경으로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하면 정공법으로 구조조정 재원 지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말을 아끼던 이주열 총재에게 유 의원은 "이럴 때는 적극적으로 동의를 해달라"고 요청했고, 이 총재는 "동의합니다"라며 뜻을 밝혔다.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의 지적에도 이 총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김성식 의원은 "자본확충펀드에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이고 반복돼선 안 된다는 지적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이 총재는 "자본확충은 기본적으로 재정의 역할"이라며 "중앙은행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국은행은 내일인 1일 임시금통위를 열고 자본확충펀드 의결에 들어간다. 이 자리에는 이 총재를 비롯해 7명의 금통위원들이 참석한다.
금통위원들의 뜻은 이날 밝혀지겠지만 한은은 이날 '업무 현황' 자료를 통해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국회에 먼저 보고했다. 답을 정해놓고 절차만 밟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이 총재의 소신 발언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다만 이 총재는 "자본확충펀드는 금융불안을 사전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비상대책으로 만들어 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