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승환 기자] 중국 기업들의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 분야 투자가 지난 상반기에만 20조원을 넘어서는 등 관련 시장에 대한 기업들의 참여가 활기를 띠고 있다. LG화학, 삼성SDI 등 우리나라 대표 배터리 업체들이 규제에 막혀 중국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틈을 타 대규모 투자를 단행,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 경제매체 펑파이(澎湃)신문에 따르면 지난 1~6월 54개의 중국 증시 상장기업이 리튬이온 배터리 사업 투자했거나,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총 투자규모는 1160억위안(약 20조원)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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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대표적인 업체가 선전증시 상장사인 리튬배터리 제조업체 이브배터리(億緯鋰能,300014.SZ)로, 지난 4일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캐파 확장을 위해 25억1800만위안(약 434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지난 2001년 설립된 이 기업은 중국 최대, 세계 5위의 1차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배터리 전문 업체 펑후이에너지(鵬輝能源,300438.SZ) 역시 최근 리튬이온 배터리 사업 확장을 위해 비공개 방식으로 신주를 발행, 총 9억668억위안(약 1737억원)을 조달키로 한 상태다.
대기업의 배터리 시장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의 가전기업 거리전기(格力電器, 000651.SZ)가 지난 4일 중국의 전기차 전문 업체인 인룽(銀隆)신에너지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고 복수의 현지 매체가 전했다.
인룽신에너지는 중국에서 7번째로 큰 전기차 제조업체로 시장 점유율 3.6%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증권시보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말 기준 이 회사의 자산가치는 약 100억위안(약 1조7037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둥밍주 거리전기 회장은 이번 인수에 대해 “자동차 제조 업계 진출이 아닌,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추세에 대해 신궈빈 중국공업정보화부 부부장(차관급)은 최근 공식석상에서 “리튬이온 배터리가 최근 생산되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잡으면서 중국 국내외 산업 투자자본을 급속도로 빨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기업들이 잇따라 리튬이온 배터리 사업 확장에 나서면서 핵심 원자재인 리튬의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초 기준 리튬의 가격은 톤당 3000만원으로 1년전 900만원에 비해 3배 이상 급등한 상태다. 골드만삭스는 오는 2025년 리튬에 대한 수요가 지금보다 11배 증가한 30만톤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 향후 리튬 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중국 2차 리튬이온전지 용 양극재 생산 업계 선두 기업인 중신궈안멍구리(中信國安盟固利,Citic Guoan MGL)는 지난 3월 리튬이온 배터리 정극재 생산 프로젝트에 15억위안(약 2600억원)을 투자했다. 이 기업은 3만톤 규모의 이차전지 양극재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민간 기업이 아닌 중국 지방정부의 자금도 리튬 시장으로 흘러 들어오고 있다. 지난 4월 중국 대형 국유기업 초상(招商)그룹은 충칭(重慶)에 총 투자액 31억위안(약 5400억원) 규모의 리튬이온배터리 양극재 생산 프로젝트를 유치했다. 초상그룹에 따르면 연간 최대 10만톤의 양극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중국 기업과 지방정부가 올들어 리튬이온 배터리 사업에 잇따라 돈을 쏟아 부은 것은 LG화학, 삼성SDI 등 글로벌 대표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이 중국 당국의 규제에 막혀 중국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틈을 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진행된 1~4차 전기차 배터리 규범규제 등록에서 LG화학·삼성SDI 등 국내기업 제품은 모두 탈락시켰다. 중국 당국의 '신에너지 자동차 생산기업 및 제품 진입 관리 규칙'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인증을 받지 못한 배터리는 2018년 1월부터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에 들어가지 못한다. 보조금이 전체 전기차 차량가격의 절반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보조금 지급 대상 제외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참여가 사실상 배제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펑파이 신문은 “중국 시장을 장악해 온 LG화학, 삼성SDI 한국 배터리 기업이 보조금 지급 범위에서 제외 되면서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며 “배터리 수요가 중국 현지 기업으로 쏠리면서 중국 로컬 기업들의 성장 공간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승환 기자 (lsh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