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세원 기자] 공급 과잉, 반부패 척결 정책 등의 영향으로 지난 3년여간 심각한 불황을 겪었던 중국의 주요 백주(고량주) 업체들이 ‘맞춤형 백주’, ‘건강주’ 등 차별화 전략을 통해 부활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최근 주요 백주 기업들의 실적도 대폭 향상되면서 백주 시장 회복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 ‘맞춤형 백주’, ‘건강주’ 등 새로운 컨셉으로 취향 저격
회심의 반전을 노리는 백주 기업들의 첫 번째 차별화 전략은 바로 ‘맞춤형 백주’이다. 과거 중국인 애주가들이 선물용으로 고급 백주를 찾았다면 최근에는 개인 취향에 따라 백주 구매를 고려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맞춤형 백주' 시장의 성장잠재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사실 맞춤형 백주의 초고속 성장에 탑승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은 꽤 오래 전부터 진행됐다.
가장 먼저 맞춤형 백주 마케팅을 선보인 것은 중국 대표 백주업체인 귀주모태주(貴州茅臺, 600519.SH)이다. 귀주모태주는 2001년 이후 맞춤형 백주를 매년 정기적으로 선보였고 2014년에는 맞춤형 백주를 생산하는 전문제조업체를 별도로 설립했다. 2015년까지 귀주모태주가 생산한 맞춤형 백주는 100여개에 달하며 연 평균 매출액은 약 3억위안(약 520억원)이다. 아직까지는 투자 초기 단계로 매출이 크지는 않지만 2020년까지 매출 비중을 10%까지 끌어올리고 수익 기여도 향상에 주력한다는 목표다.
노주노교(瀘州老窖, 000568.SZ) 또한 2013년 이후 원재료 공급, 생산, 물류 등 분야에서 공급 체인 업그레이드를 추진하며 맞춤형 백주 생산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맞춤형 백주 생산의 핵심은 소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인 만큼 피드백 반영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제조 비용 절감에 총력을 다해 개성화된 주류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광저우 칸톤타워(廣州塔)와 ‘맞춤형 백주 제조 관련 협력’을 체결해 ‘업종을 뛰어 넘은 제휴’로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노주노교의 '결혼 연회용' 맞춤형 백주 <사진=바이두(百度)> |
맞춤형 백주 시장 내 선점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총력전은 최근 들어 ‘규모화’되고 있다.
지난 6월 중국주류협회(中國酒業協會)는 쓰촨(四川)성에서 맞춤형 백주 전문제조를 위한 주류 연맹을 별도로 설립하고 시장 육성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귀주모태(貴州茅臺), 오량액(五糧液), 노주노교(瀘州老窖), 양하고분(洋河股份) 등 중국 대표적인 주류업체가 대거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중국주류협회는 해당 연맹을 통해 제품 생산의 ‘차별화’와 ‘규모화’를 동시에 실현하고 서비스 및 지식재산권 등 다양한 분야 내 표준을 제정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주류협회의 한 관계자는 “‘맞춤형 백주’는 백주에 대한 충성도가 낮은 80, 90허우(1980년, 1990년 이후 출생자) 소비자들에 다가가는데 좋은 마케팅 수단이 될 것”이라며 “선호 주류를 면밀히 분석하고 데이터를 구축해 주류 개발 및 생산에 활용한다면 관련 업체들이 경영 전략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강주’ 또한 시장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백주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주요 마케팅 수단이다.
건강주 대표주자로는 양하고분(洋河股份,002304.SZ)이 있다. 양하고분은 2014년 건강주 계열인 ‘미분자술(微分子酒)’를 출시하고 쟝쑤(江蘇)성 13개 도시를 기점으로 판매를 개시했다. 2016년에는 또 다른 건강주인 '쌍구조청(雙溝蓧清)'을 선보이며 화제 몰이에 성공했다.
경쟁사 노주노교 또한 기존 2000여개 주류의 OEM 생산을 중단하고 녹두대곡(綠豆大曲) 등 건강주를 연이어 출시하며 시장 트렌드 변화에 따른 마케팅 전략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 주요 백주 기업 실적 '깜짝' 상승
벼랑 끝에 내몰린 백주업체들의 반격이 약발을 나타내는 걸까. 상반기 백주 섹터 주가 상승률은 15%로 기타 섹터 평균치를 크게 상회하며 시장 반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이 중 금미주(金徽酒, 603919.SH), 귀주모태, 600519.SH), 주귀주(酒鬼酒, 000799.SZ) 주가 상승률은 무려 96.19%, 33.79%, 32.96%에 달해 섹터 내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올해 들어 백주 업체들의 실적은 크게 개선되는 추이다. 19개 상장 백주 업체 중 1분기 매출과 순이익이 동반 상승한 기업은 15개에 달했고 이 중 구자교(口子窖,603589.SH)는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5% 증가해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 업계 내 1,2위 기업인 귀주모태주와 오량액도 순이익이 각각 12%, 32% 증가하며 안정적인 회복세를 나타냈다.
중국 주요 백주 기업들의 실적 향상과 관련해 유력 경제 매체 21세기경제보도(21世紀經濟報道)는 “주류 업체들의 독특한 마케팅 전략외에도 가격 인상, 인수 합병에 따른 산업집중도 제고 등이 실적 회복에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다”며 “시장 수급 조정이 원할하게 진행됨에 따라 하반기 본격적인 산업 회복세도 기대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원 기자 (mshwangs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