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인영 기자] 채권단과의 자율협약 조건을 모두 이행한 현대상선이 열흘 뒤 산업은행 자회사로 새롭게 출발한다.
이백훈 현대상선 대표이사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현대그룹 본사에서 열린 '2016년 임시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지난 3월 조건부 자율협약을 맺은 현대상선은 용선료 조정, 채무재조정, 해운 얼라이언스 가입을 확정지음에 따라 출자전환 뒤 본격적인 회생의 길을 밟게 됐다.
15일 현대상선은 현대그룹빌딩 동관 1층 강당에서 임시 주총을 갖고 출자전환의 전제조건인 대주주 7대 1 차등감자 안건을 가결했다.
이번 대주주 감자로 현대엘리베이터(606만6273주), 현대글로벌(61만3563주), 현정은 회장(57만1428주) 등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은 총 725만1264주에서 감자 후 현대엘리베이터(86만6610주), 현대글로벌(8만7651주), 현정은 회장(8만1632주) 등 총 103만5893주로 하락하게 된다. 출자전환까지 이뤄질 경우 대주주 지분율은 더 축소된다.
출자전환 뒤 현대상선은 그룹에서 완전히 분리되며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 중심의 중견기업으로 축소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현대그룹은 2013년 말 3조3000억원 규모의 고강도 자구계획안을 발표한 뒤 유동성 회복에 힘써왔다.
그러나 해운업황 회복이 예상보다 더뎌지고 5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자 지난 3월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현대증권 매각으로 유동성에 숨통이 트인 현대상선은 용선료 조정, 채무재조정도 잇달아 성공했다. 마지막 관문인 해운 얼라이언스(2M) 가입 신청도 받아들여지면서 세 가지 자율협약 조건을 충족시켰다.
앞서 현대상선은 세계 1·2위 해운사인 머스크와 MSC가 소속된 2M과 구속력 있는 가입 합의서를 작성했다. 세부협상 및 각국 승인절차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내년 4월부터 새 동맹에서 공동운항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특히 현대상선은 머스크와 MSC가 보유한 초대형 선박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영업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현정은 회장 등은 대주주로서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고통을 분담하고 책임지는 차원에서 대주주 감자를 수용하는 결단을 내렸다"며 "대주주 감자 안이 이번 주총에서 통과됨에 따라 출자전환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현대상선의 대주주는 25일부터 채권단으로 바뀌게 된다"고 말했다.
출자전환으로 현대상선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정부의 선박 펀드도 신청할 계획이다. 올 3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3월 말 5309%에서 연말에는 200%대로 축소된다. 정부는 부채비율이 400% 이하로 낮아지면 12억달러 규모(1만3000TEU 컨테이너선 10척)의 선박 지원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경영진 교체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인사는 늦어도 3분기 내 선임될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이백훈 사장이 임기(2017년 3월)를 채운 뒤 교체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