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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조인영 기자] 구조조정 마무리 단계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회생과 동시에 중소선사와의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다.
두 해운사는 5000TEU급 이하 중형 컨테이너 선박을 중소선사들의 주 활동 무대인 아시아 항로에 속속 투입, 공급 과잉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컨테이너선 <사진=현대상선> |
1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파나마 운하 확장에 맞춰 미주 동안을 운항하는 선박을 기존 4600TEU급에서 1만TEU급으로 대형화했다. 대신 이 항로를 오가던 6척의 4600TEU급 선박들은 이달 초 중국~중동(CME) 노선에 투입했다.
한진그룹 계열사인 (주)한진은 한진해운으로부터 아시아 일부 노선의 영업권을 양도 받아 동남아 정기선 시장에 새롭게 진출했다. 한진이 운영하는 정기노선은 한~중, 한~일 근해 4개 노선과 동남아 4개 노선 총 8개 노선이다.
아시아 항로에 대한 대형사들의 영업정책이 바뀌면서 고려해운, 장금상선 등 12개 근해선사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아시아 위주로, 현대상선ㆍ한진해운은 미주와 구주 등 장거리 노선을 주력으로 각각 사업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대형사들이 다수의 선박을 아시아권으로 대거 이동시키면서 시장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이윤재 선주협회 회장도 지난 18일 열린 maritime KOREA 오찬포럼서 "선대 대형화에 따른 캐스케이딩(소규모 배들이 단거리 노선으로 이동하는 전환배치) 효과와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의 운임인하 압력 등으로 침몰 직전에 있는 인트라아시아항로를 지키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아시아 노선의 경쟁 심화는 당장 올해부터 근해선사들의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2개 컨선사들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익은 4조2031억원, 1519억원으로, 부채비율도 201.0%으로 해운사 치고는 양호한 수준이다. 같은 시기 현대상선(영업손실 2761억원, 부채비율 1565.2%), 한진해운(영업익 369억원, 부채비율 847.8%)와 비교했을 때 더 두드러진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공기업(산업은행)에 들어간 뒤 가장 먼저 근해 시장에 들어와 중소선사들을 망가뜨리려 한다"며 "기껏 살려놨더니 오히려 중소선사들의 목줄을 조이고 있다는 불만이 번지고 있다. 심각한 시장 붕괴가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진·현대가 5000TEU급 선박을 투입하더라도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운항해서 운임이 떨어지느니 계선(선박을 묶어두고 운항하지 않는 것)시켜 가격을 올리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고 강조했다.
동남아 정기선사로 새롭게 진출하는 (주)한진은 시장 밥그릇 뺏기라는 지적을 부정했다. (주)한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운영하던 사업을 잇는 것이기 때문에 파이 변동은 없다"며 "동남아 등 노선에 추가적으로 선박을 확보할 계획은 없으며, 단기간 내 결정될 사안도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어 "종합물류기업 특성상 항만~부두시설~육상운송과의 연계 시너지에 초점을 두고 있어 공급 보다는 내실을 기하는 차원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문제 해결을 위해선 무엇보다도 원양선사와 근해선사간 협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영무 선주협회 부회장은 "캐스캐이딩 효과로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의 불합리한 운임 인하 요구가 예상된다. 근해선사와 원양선사간 사전 협의가 필수적"이라며 "국내 보다는 중국항로로 한정해 운항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그는 "조만간 근해선사들의 공통적인 의견을 산업은행 측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