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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우수연 기자] ELS(주가연계증권)의 헤지운용 손실로 2분기에 대형 증권사들의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KB투자증권은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덕에 짭짤한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투자증권은 2분기중 장외파생상품운용(OTC) 분야에서만 70억원 가량의 평가이익(순익)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ELS 자체 헤지 비중을 줄이며 리스크 관리에 신경쓴 덕분이다.
증권가에선 KB투자증권이 지난 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200억원 안팎의 순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증권사는 지난 1분기에도 장외파생상품운용 부문에서 90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바 있다. 이는 1분기 당기순이익 160억원의 절반 이상(56%)을 차지하는 것으로 2분기에도 OTC 부문이 전체 실적에 상당한 기여를 할 전망이다.
ELS 헤지운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KB투자증권의 경우 ELS 발행 규모나 헤지북이 크지 않지만, 그만큼 자체헤지 비중이 낮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시장상황에서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운용뿐만 아니라 ELS 판매 관련 수익까지 합쳐진 수치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22개 증권사들의 ELS 자체헤지 비중은 평균 44.8%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 중 KB투자증권의 ELS 자체 헤지 비중은 10% 미만으로 매우 낮다. 22개사 증권사중 자체 헤지 비중이 하이투자증권에 이어 2번째로 낮다.
아울러 현재(7월 기준) KB투자증권의 ELS+DLS 발행 잔액은 3조290억원 수준이다. 대형사들에 비해 발행 규모 잔액이 크지는 않지만, 자기자본 대비 비율은 400%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이 증권사는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했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별 ELS+DLS 발행잔액(2016년 7월 15일 기준) <자료=예탁결제원 및 각사 분기보고서> |
증권사 자체 헤지와 반대되는 개념인 백투백(Back-to-back) 헤지란, 증권사가 발행한 ELS와 동일한 구조의 파생상품을 매입해 위험을 헤지하는 전략을 말한다. 증권사가 백투백 헤지를 하면 손실발생 위험이 타 금융사로 이전된다. 반면 자체적으로 헤지업무를 맡을 경우 전략에 따라 이익을 낼 수 있는 기회도 되지만, 반대로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다만, 장외파생상품 운용은 그야말로 장외에서 알음알음 거래되는 시장이기에 손익지표를 동일한 잣대로 비교하기엔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이는 각 증권사마다 해당 이익을 인식하는 방법이 천차만별이기 때문. 증권사들은 ELS 발행 시기로 잡거나, 시간차를 두고 분산해서 인식하기도 하고 ELS 상환시에 한꺼번에 이익으로 잡기도 한다. KB투자증권의 경우 ELS 발행과 동시에 손익 처리를 하거나 시간을 두고 나눠서 인식하는 두 가지 방식을 혼용하고 있다.
한 증권사의 ELS 헤지운용 담당 본부장은 "재무제표 상으로 파생상품 운용에 대한 손익이 나오겠지만, 각 사별로 손익을 산정하는 기준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비교가 어렵다"며 "당국에서도 일률적으로 지침을 내릴 수 없을 뿐더러 일률적인 잣대로 지침을 내리는 자체가 더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ELS 운용 환경 악화로 인해 올해 2분기 주요 증권사 실적 전망이 전반적으로 어두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각 증권사들이 장외파생상품 운용 분야에서 적게는 100억원, 많게는 500억원까지 손실이 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2분기에는 해외지수형 ELS의 주요 기초자산인 홍콩 H지수(HSCEI)의 배당 예상치가 줄어 상품운용 적자폭이 확대될 전망"이라며 "게다가 금융당국에서도 ELS 추가발행을 제한하고 있어 판매 관련 수익도 급감했다"고 말했다.
앞선 운용 담당 본부장은 "작년에는 증권사들이 (장외파생상품 부문에서) 그나마 상반기에는 벌고 하반기에는 손실을 내서 손익이 상쇄되는 효과가 있었다"며 "반면 올해는 작년 하반기 이후 어긋난 헤지 전략을 메우는데 급급한 상황이고, 일부 대형 증권사에서는 발행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최근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