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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는 자산운용업계에서 핫(Hot)한 인물이다. 미국에서 15년간 코리아펀드를 운용하며 놀라운 성과를 거뒀고, '장하성 펀드'로 알려진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를 운용했다. 메리츠자산운용 사장에 취임한 후 메리츠코리아펀드로 1조6000억원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메리츠코리아펀드가 지난 1년간 -20%에 근접할 정도의 저조한 성과를 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스핌은 존 리 대표를 둘러싼 논쟁을 들여다봤다.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뉴스핌=김지완 기자] # 올들어 최고 기온인 섭씨 33도를 기록한 지난 20일 오후 4시.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2층 불스홀이 북적였다. 220개 좌석이 꽉 차자 사람들은 의자와 의자 사이 통로 바닥에 눌러 앉았다. 서 있는 사람까지 족히 300명은 되는 듯 했다. 게다가 유료 강연이었다. 존 리 대표가 단상에서 '사교육 대신 주식에 투자하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최근 1년간 수익률이 국내 주식형펀드 중 최하위권으로 떨어졌음에도 존 리 대표의 인기는 식지 않았다. 지난 13일 뉴스핌이 보도한 [1조 공룡펀드] 존 리 "단기적 20% 손실 중요치 않아" 인터뷰 기사도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동시에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장 좋지 않은 시나리오는 추가적인 수익률 하락→환매 증가→보유종목 매도 및 주가급락→펀드수익률 급락이다.
한 은행의 WM 관계자는 메리츠코리아펀드의 수익률 하락에 대해 악순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종목이 좋고 나쁨은 문제가 아니다. 1조원이 넘는 공룡펀드가 수익률 악화로 환매가 나오기 시작하면 주가는 빠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중소형주는 매물 부담에 하락세가 더 커진다. 수익성이 악화되기 시작하면 추가 환매가 들어온다. 아울러 해당 펀드 보유종목에 대한 회피심리가 강해져 종목수급은 더 꼬인다. 이렇게 악순환 싸이클이 형성되면 답이 없다. 이 과정을 겪은 것이 바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사이트펀드고 디스커버리 펀드다.”
이영진 유안타증권 상품기획부 차장도 “공룡펀드 가운데 대량환매를 피한 펀드는 신영자산운용의 고배당펀드가 유일하다”며 “신영 펀드들은 소프트클로징(일시적 판매 중단)을 하지 않은 가운데 자금유입이 이어져 보유주식을 계속 매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차장은 “메리츠운용이 소프트클로징을 결정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며 “그때는 보유중인 종목의 매수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환매에 따른 매도로 보유종목들 수익률이 나빠져 대량환매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이미 시작된 환매...투자자 평균 -8.85%면 환매 고려
메리츠코리아펀드에서 환매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월부터 지난 19일까지 893억원이 환매됐다. 이는 국내주식형 펀드 환매액 중 7위(ETF, 인덱스펀드 제외)에 해당한다.
중소운용사 주식 펀드매니저는 “펀드 운용 초반에 가입해 수익난 투자자들은 차익실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손실 상태인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회복되기를 기다리며 환매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 1년 국내주식형 펀드 가운데 수익률 최하위권을 기록한 것을 보면 환매가 많이 나온게 아니다”면서도 “올해 말까지 수익률을 회복하지 못하면 내년에는 대량 환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펀드슈퍼마켓인 펀드온라인코리아가 고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환매를 고려하는 손실률은 평균 -8.85%로 나왔다. 이 결과와 메리츠코리아펀드의 올들어 수익률이 -9.42%, 최근 1년간 -19.56%인 것을 감안하면 환매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또한 이 펀드를 많이 판매한 국민은행 삼성증권 우리은행 등이 수익률 관리를 위해 펀드 교체를 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조원이 넘는 공룡펀드의 흥망성쇠를 수차례 경험했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관계자는 “환매는 수익률이 좋아서 차익 실현하는 경우와 물려있던 계좌가 일정부분 회복됐을 때 가장 많이 발생한다”면서 “수익률이 좋지 않은 펀드는 수익률이 회복될 때 대량환매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메리츠코리아펀드의 수익률이 회복될 때가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다른 펀드와 메리츠코리아펀드가 다른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투자자들이 존 리 대표의 투자철학에 공감해 단기적인 수익률 하락을 감내할 가능성이다. 보유종목들의 주가가 떨어지는 걸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로 여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올해로 출시한 지 10년이 된 '한국밸류 10년투자' 펀드는 투자자들이 투자철학에 공감한 사례다. 초기에 이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 중 절반이 8년 이상 펀드를 보유했고, 5년 이상 투자한 고객도 70%나 됐다. 운용책임자인 이채원 부사장의 장기투자 철학을 이해하고 신뢰한 고객들 덕분이었다.
[뉴스핌 Newspim] 김지완 기자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