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 국제 유가를 둘러싼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공급 축소 움직임에 상승 탄력을 받았던 유가가 ‘수요 절벽’을 만날 것이라는 경고다. 여기에 미국 휘발유 재고가 20년래 최고치에 이른 것으로 파악되면서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더욱 높아졌다.
이에 따라 머니 매니저들의 유가 하락 베팅이 연중 최고치로 상승, 유가 전망을 흐리게 하고 있다.
원유 저장 시설 <출처=블룸버그통신> |
25일(현지시각)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한 주 사이 서부텍사스산원유(WTI)에 대한 투자자들의 하락 베팅이 연중 최대 폭으로 늘어났다. 동시에 순매수 포지션은 지난 3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헤지펀드 업계의 WTI 순매수 포지션은 한 주 사이 2만3665건 감소한 15만6804건으로 나타났고, 같은 기간 숏 베팅은 24% 급증했다.
브렌트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머니매니저들은 브렌트유에 대한 상승 포지션을 5763계약 축소했다. 이에 따라 매도 포지션이 29만7608계약 웃도는 상황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휘발유 재고는 1990년 이후 최고치로 늘어났다. 여름 휴가철을 감안하더라도 재고 물량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휴가철 이후 원유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투자자들의 ‘팔자’를 부추기고 있다.
마이클 린치 스트래티직 에너지 앤드 이코노믹 리서치 대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은 가을철을 내다보고 수요 급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간 스탠리 역시 이날 보고서를 내고 글로벌 원유 시장이 ‘극심한 공급 과잉’ 상태라는 진단을 내렸다. 최근 수개월 사이 정유 업체들이 휘발유를 쏟아냈다는 지적이다.
여름 휴가철이 종료를 맞으면서 정제 업체들이 공급을 축소할 여지가 없지 않지만 금융시장의 투자자들은 이에 대한 기대로 유가 상승 베팅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생산은 지난 6월 0.7% 증가한 하루 3290만배럴로 집계됐다.
이와 별도로 골드만 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의 원유 공급이 앞으로 3년간 하루 59만배럴 증가해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캐나다와 나이지리아의 원유 공급에 커다란 차질이 발생했고, 미국 원유 재고 물량이 9주 연속 감소했지만 수급 불균형을 이루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모간 스탠리는 원유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내달 유가가 가파르게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