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주은 기자] “최근 서너달 사이 기본 2억~3억원 올랐습니다. 많은 곳은 4억원까지도 가격이 올랐는데 매물이 없습니다.”(압구정동 P중개업소 사장)
1980년대 국내 최고 인기주거지역이자 부촌으로 군림했던 압구정동이 들썩이고 있다. 서울시가 개발기본계획안 발표를 앞두고 있어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는 분위기다.
지난 1일 찾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단지 주민들과 중개업소에서는 이달 발표될 예정인 '압구정 정비계획안'이 나오면 집값 상승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만약 재건축이 추진되면 아파트 가격이 2배 이상 오르며 지난 1980년대 누렸던 전국 최고 인기주거지역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압구정동 아파트 값은 3.3㎡당 3946만원이다. 재건축이 마무리되면 아파트 가격이 3.3㎡당 8000만원은 상회할 것이라는 것.
압구정동은 풍수지리학적으로 최고의 명당으로 꼽히고 있으며 실제로는 다수 부유층이 살고 있는 동네다. 좋은 입지에 새 건물이 지어지면 국내 최고 아파트 값 경신은 당연하다는 게 주민들 생각이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임대에서 분양전환으로 돌리면서 남은 가구를 일반 분양한 ‘한남더힐’ 최고 분양가가 3.3㎡당 8000만원 이상”이라며 “입지적으로 압구정동이 한남동에 뒤진다고 생각하지 않아 압구정 재건축이 완료되면 분양가는 이보다 높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경 <사진=최주은 기자> |
물론 압구정동 단지들이 반드시 재건축 정비사업을 추진할 것이라 장담할 순 없다. 중층 아파트인데다 대형 주택이 많아 재건축 수익성이 높지 않아서다. 하지만 압구정 정비계획이 발표되면 '판'이 벌어지는 것인 만큼 시장 분위기가 크게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이 같은 기대감으로 최근 압구정 일대 아파트 매맷값은 오르고 거래는 늘었다. 이에 따라 매매 문의가 급증하는 상태지만 정작 매물은 들어가고 있다고 주변 중개업소 관계자는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거래된 압구정동 아파트는 78가구로 전달(58건) 보다 크게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30건을 넘지 않던 거래가 지난 5월부터 많아지기 시작해 6월(78건)과 7월(70건) 연속으로 늘고 있다.
매매가격도 강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압구정동 평균 아파트값은 1.76% 올라 5월(0.82%)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3월 20억4000만원에 거래됐던 현대아파트(전용면적 161m²)가 이달에는 24억원에 계약을 마쳤다. 불과 4개월만에 아파트 값이 3억6000만원이 상승했다. 신현대 아파트도 1억원 이상 올랐다. 전용면적 183m²가 지난 2월 25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이달에는 26억7000만원까지 가격이 상승했다.
지난 1976년 지어져 입주 40년을 넘은 압구정 일대 아파트는 지난 2006년부터 재건축이 추진됐다. 하지만 서울시가 25~30% 기부채납을 요구하면서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은 한동안 답보상태였다.
최근 재건축 열기가 되살아나면서 주민들도 이전보다 재건축을 반기는 분위기다. 아파트 노후로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한양아파트에 거주하는 입주민 B씨는 “녹물이 나오고 수도 배관에서 악취가 난다”며 “수도배관의 경우 한 두 집만 수리한다고 되는게 아니어서 한시라도 빨리 재건축이 추진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M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과는 분위기가 한층 달려졌다”며 “과거에는 재건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소극적이었던 주민들이 지금은 적극적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층고제한 및 기부채납 등은 풀어야 할 숙제다. 서울시와 주민간 이견차가 크기 때문이다.
서울시 측은 기부채납 15%, 층고 35층으로 제한할 것으로 보이지만 주민들은 서울시가 요구하는 것보다 기부채납 비율을 더 줄이고 층고는 45층 이상 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또 기부채납 부지도 서울시 요구대로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안중근 올바른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위원은 “서울시는 기부채납 부지로 올림픽도로와 연결된 12동과 13동 일대를 요구했는데 동호대교 라인인 202동 일대로 변경해야 한다”며 “서울시가 요구한 땅은 압구정 지구의 가장 핵심부지”라고 말했다.
그는 또 “35층 높이로 짓게 되면 총 45개의 동이 생기고 45층 높이로 지으면 35개의 동이 들어서게 된다”며 “채광과 통풍면에서 높게 지어 동간 거리를 확보하는 측면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이곳 주민과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재건축 분위기가 조성됐을 때 적극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수익이 담보되지 않으면 주민 호응도가 떨어져 재건축 추진이 다시금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앞선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부터 부지런히 재건축을 추진해도 짧게는 10년으로 본다”며 “재건축 추진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려면 서울시와 주민간의 적절한 양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