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국내 제약업계가 70년 역사상 유례없는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제네릭(복제약)' 위주로 짜여져 있던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사 못지 않은 '혁신신약'을 잇따라 개발하고 다양한 의약외품까지 영토를 넓히며 위상이 날로 개선되고 있는 것. 어느 산업보다도 긴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제약사(史) 뒤에는 그들과 함께 성장해 온 '스테디셀러' 제품이 있었다. 어릴 적 추억 속에서, 현재의 일상 속에서 우리의 건강한 삶을 지켜 온 스테디셀러 제품들만의 '장수의 비결'을 따라가 봤다.
[뉴스핌=박예슬 기자] '피로회복제' 하면 자연스럽게 ‘박카스’를 떠올리는 한국인이 많다. 동아제약의 박카스는 지난 1961년 시장에 첫 선을 보인 이후 55년간 '국민의 건강한 일상’을 지키는 대표적인 의약외품으로 불린다.
박카스는 입시 준비로 늘 피곤한 청소년부터 밀려드는 업무로 늦은 밤까지 회사에 남아 일하는 직장인까지 늘 잠이 모자란 한국인이 친숙하게 찾는 피로회복제가 됐다. 이른바 ‘국민 드링크’라는 명칭에 손색이 없다.
'박카스' 패키지의 변천사. <사진=동아제약> |
박카스는 올해 구순(九旬)인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이 직접 개발한 품목이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강 회장은 1950년대 독일(당시 서독)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유학 중 함부르크 시청 지하홀 입구에 있던 술과 추수의 신 ‘바커스’의 석고상을 보고 박카스의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술꾼을 지켜주고 풍년이 들게 해주는’ 바커스 신의 능력. 간 건강을 지켜주고 피로 회복에 좋은 ‘타우린’이 함유된 박카스의 효능을 연상한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박카스는 동아제약을 현재의 제약사로 성장시킨 자양분이 됐다.
강 회장의 부친인 고(故) 강중희 회장은 1932년 ‘강중희 상점’이라는 의약품 도매상에서 사업을 시작해 1947년 ‘동아제약’으로 명칭을 바꾸고 본격적인 제약사의 면모를 갖췄다. 하지만 의약품의 자체생산에도 불구하고 경영은 날로 어려워져 갔다.
그런데 1961년 발매한 박카스가 기대이상의 ‘히트’를 치면서 동아제약은 국내 굴지의 제약회사로 발돋움하게 된 것이다.
박카스의 출발은 드링크가 아닌 정제(알약) 형태였다. 이듬해인 1962년 앰플 형태로 잠시 변경됐다가 1년 만인 1963년 비로소 지금의 드링크 형태를 갖췄다.
당시 자양강장제는 알약 형태가 대부분이었고 드링크는 박카스가 최초였다. 처음 보는 자양강장제 드링크에 소비자들은 관심을 보였다. 강 회장은 제품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 옥외, 활자 광고 등 ‘매스(Mass) 광고’를 활발히 했다. 특히 1970년대부터 보급률이 크게 늘어나던 TV 광고를 적극 이용했다.
1960년대 활자 광고에서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가로쓰기를 선보이며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TV 광고에서는 시대상에 맞는 내용으로 대중의 공감과 감동을 자아내며 화제에 올랐다. '그날의 피로는 그날에 푼다', '젊음, 지킬 것은 지킨다', '꼭 가고 싶습니다' 등 인상적인 카피로도 소비자들의 뇌리에 남았다.
이처럼 시대를 잘 읽은 마케팅이 인지도를 확보했다면 대중의 요구에 맞춘 제품력은 안정적인 매출성장을 이끌었다.
일례로, 1989년 미국 식품의약국이 사카린을 발암물질로 규정하면서 박카스의 ‘단맛’을 찾아내기 위한 대체제로 천연감미료 ‘스테비오사이드’를 첨가해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이후 2000년대 들어 ‘카페인 없는 피로회복제’가 인기를 끌며 대항마들이 시장에 쏟아졌지만 용량을 키우고 청량감을 살린 ‘박카스F’를 내놨고, 편의점과 약국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업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1961년 출시 후 2015년까지 박카스의 누적 매출액은 4조2000억원, 병 수로는 약 192억병이 팔렸다. 이들을 일렬로 늘어 놓으면 지구를 무려 57바퀴나 돌 수 있다.
박카스는 시장에 나온 지 50년이 지났지만 인기는 여전히 증가추세다. 2011년 매출 1501억원을 기록해 이듬해 1709억원, 2014년 1865억원으로 차곡차곡 늘어나더니 지난해에는 2010억원을 기록해 국내 제약사의 단일제품 사상 최초로 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다.
최근 박카스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으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팔지 않는 ‘캔 박카스’ 등 다양한 형태로 동남아시아, 남미 등에서 ‘음료 한류열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게 동아제약의 설명이다.
[뉴스핌 Newspim] 박예슬 기자 (ruth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