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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에 충격 먹은 수입차 업계, 기회냐 위기냐

기사등록 : 2016-08-0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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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의 수입차 가격 거품 줄어들 계기
딜러 중심 판매체제 변화 무너져 혼란

[뉴스핌=김기락 기자ㆍ이성웅 기자] 티켓몬스터의 재규어 할인 판매로 수입차 업계가 충격에 빠져들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결제까지 가능한 판매는 이번이 처음인데다, 할인 규모가 10%를 초과해 수입차 시장 전체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계는 이번 티몬의 재규어 판매를 계기로 고가의 수입차 가격 거품을 걷어낼 신호탄이 될지, 단순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딜러 중심의 수입차 판매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시각은 대체로 같다.

9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전일 소셜커머스 업체 티켓몬스터(티몬)는 재규어 XE 포트폴리오 모델과 R-스포츠 모델을 각각 700만원 할인한 4810만원과 4700만원에 판매했다. 이는 정상 판매 가격 대비 12~13% 할인된 금액이다.

판매 조건은 전액 일시불로 입금하는 것이었지만, 준비된 20대의 차량은 판매 개시 3시간 만에 매진됐다.

이번 판매는 그동안의 수입차 판매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됐다. 일반적으로 수입차는 차량을 수입하는 수입사가 딜러에 판매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판매되는데, 이 과정에서 딜러는 한국법인이 마련한 판매 정책에 맞춰 판매해왔다.

물론 공공연한 비밀로 딜러사의 개별적인 추가 할인 등은 있어왔지만, 이번 티몬처럼 공개적으로 파격적인 할인 조건을 내세운 것은 이례적이다.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직접 결제까지 마칠 수 있도록 판매를 진행한 것도 이번이 최초다. 보통 재규어의 공식적인 할인 규모 약 5~6%로 알려져 있다.

 ◆ 티몬의 온라인 수입차 판매 긍정 or 부정

티몬이 수입차를 판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티몬은 지난 2012년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 50대를 공식 수입원인 CXC를 통해 판매했다. 딜러가 아닌 한국법인과 손잡고 수입차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겉으로는 수입차 판매지만, 실상은 ‘중계’ 의미가 더 강했다. 당시 판매 조건은 미쓰비시 자동차 시승권을 티몬을 통해 구입하면 미쓰비시 자동차 구매 시 최대 600만원 할인이 골자다. CXC는 국내 수입차 사업 부진으로 인해 2013년 한국에서 철수했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이번 티몬의 온라인 판매에 대해 두 가지 시각을 내놓고 있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긍정적인 면은 고가 수입차의 거품이 다소 사라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재규어랜드로버 등 프리미엄 브랜드는 판매 가격이 높은 탓에 가격 거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해왔다. 공식 판매 가격에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왔기 때문이다. ‘수입차 제값 주고 사면 바보’라는 말의 출발점이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업계 중론이다.

이에 따라 이번 티몬의 온라인 판매를 시작으로 수입차 판매 가격이 낮아질 수 가능성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반면, 전통적인 딜러 판매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다. 수입차 딜러가 오프라인 판매에 집중해온 만큼, 이들 ‘영역’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과거의 TV홈쇼핑을 통한 수입차 판매는 판매가 부진한 모델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티몬의 재규어 판매 방식과 차이가 있다. 그 때는 저렴하게 판매해 재고를 소진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김 교수는 “티몬이 온라인 수입차 판매의 문을 열어준 것. 앞으로 수입차 판매 방식은 더욱 다양화될 것으로 본다”며 “재규어 외에 다른 수입차 브랜드들도 (본사 및 딜러의 이익에 따라) 온라인 판매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김 교수는 티몬에 대한 의심을 숨기지 않았다. 김 교수는 “재규어 판매 수량이 20대인 점을 볼 때, 티몬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 전략의 한 수단으로도 볼 수 있다”고 지적하며 “티몬의 복선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은 티몬이 먼저 구입 후 재판매하는 것인지 등을 잘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티몬과 재규어랜드로버의 엇갈린 주장...티몬은 왜 공식딜러를 못 밝히나?

티몬과 수입사인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이번 재규어 판매에 대해 서로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자사와 자사의 공식 딜러들은 이번 판매와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티몬은 어느 딜러사인지 밝힐 수 없지만 공식 딜러를 통해 차량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관계자는 “티몬 쪽에서 공식 딜러사와 판매를 진행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데, 내부에서 확인한 바로는 한국법인 및 공식 딜러사는 이번 판매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 대응책을 마련 중”이라고 선을 그었다. 재규어 국내 공식 딜러는 천일오토모빌, 아주네트웍스, KCC오토모빌 등이다.

이에 대해 티몬 관계자는 “판매 추진 당시에 딜러 측에서 타 딜러사와의 불화를 방지하기 위해 딜러를 명시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걸었다”며 “어느 곳인지 밝힐 순 없지만,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확보한 물량이기 때문에 AS 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상반된 주장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이 정도 규모의 판매를 진행하면서 공식 딜러사의 연관없이 판매를 진행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결과적으로 재규어의 한 딜러가 티몬과의 별도 판매 계약에 따라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한 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딜러 및 브랜드 관리에 대한 책임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수입차 시장 감소에도 불구, 성장하고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올들어 7월까지 13만2479대 판매, 전년 동기 대비 5.7% 줄었다. 해마다 치솟은 수입차 성장세가 지난해 불거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등 이유로 꺾이게 됐다.

이런 가운데, 같은 기간 재규어는 1907대 판매해 19% 늘었고, 랜드로버는 6349대로 무려 62% 판매가 늘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티몬과 손잡을 이유가 없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게다가 판매 물량이 20대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티몬에 팔지 못한 재규어 딜러들만 억울해진 셈.

수입차 업계의 전체적인 시각은 향후 판매 방식 다변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정상적인 수입차를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면, 또 그런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을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온라인을 통해 개별 딜러들에게 최저가 견적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 등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이번 판매로 수입차 판매가 기존의 ‘쇼룸 비즈니스’에서 벗어나서 웹페이지와 시승센터 정도만 갖추면 차를 판매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이기 때문에 기존의 딜러 비즈니스가 변화할 것인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며 “만약 이러한 (온라인) 판매 방식이 일상화되면 수입차 판매의 진입장벽이 획기적으로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ㆍ이성웅 기자 (people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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