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태 기자] 한·미 양국의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의 반발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언론성명 채택이 무산됐다. 안보리는 9일(현지시각)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언론성명 채택 논의를 사실상 종료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 <사진=신화/뉴시스> |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10일 한국 외교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9일 오전을 시한으로 하는 '침묵 절차 (Silence Procedure)'를 통해 언론성명 채택을 시도했지만, 이의를 제기한 이사국이 나타나면서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유엔의 한 외교 소식통은 "지난 4일부터 계속 연장되는 방식으로 이어져 온 '침묵 절차'는 9일을 끝으로 더 이상 제기되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침묵 절차'는 안보리에 상정된 안건에 대해 일정 기간 반대가 없으면 이사국들이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절차로, 당초 4일 오후 8시로 시한이 정해진 바 있다. 그러나 이의를 제기한 이사국이 나타나면서 5일 오전 10시로 연장됐고, 다시 9일까지 몇 차례 연장을 반복했지만 계속 이의가 제기되면서 결국 종료됐다.
'침묵 절차'는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비상임이사국 일본 등이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제동을 걸었다고 VOA는 전했다.
안보리는 애초 북한이 노동미사일 2발을 발사한 지난 3일 미국과 일본의 요청에 따라 긴급회의를 열어 북한을 규탄하는 언론성명 채택을 추진했으나 북한의 거듭되는 미사일 발사를 성토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성명은 채택되지 않았다. 결국 한국과 미국, 일본의 유엔 주재 대사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는 선에서 대응했다.
안보리가 의장성명이나 언론성명을 채택하기 위해선 15개 이사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안보리의 대북 규탄 성명은 과거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도발 때마다 채택됐으나 지난달 8일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로는 북한이 다음날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고 지난달 19일 미사일 3발 발사를 감행했을 때에도 이 같은 대응이 뒤따르지 않았다.
VOA는 한국 내 사드 배치 결정을 계기로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변화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가에서는 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으로 인해 앞으로 북한의 도발이 반복되더라도 안보리의 성명 채택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도 이날 유엔 관계자를 인용해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중국이 안보리의 대북규탄성명에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를 명시할 것을 요구했으나 미국이 중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중국은 북한의 도발을 이유로 한반도에 '새로운 탄도요격미사일 기지'를 배치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성명에 반영할 것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