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경환 기자]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이 빠르게 증가, 정부의 재정건전성 관리에 큰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보다 정확한 인구추계를 통해 '장수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용옥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1일 '급속한 기대수명 증가의 함의' 보고서에서 "기존의 장래인구추계는 고령층 인구를 지속적으로 과소추계해 왔다"며 "기대수명 및 고령층 인구 과소예측은 정부의 재정건전성 관리에 큰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장래인구추계에서 예측시점으로부터 15년 뒤의 65세 이상 인구추계 결과는 약 10% 정도 과소예측됐다. 2011년 장래인구추계 결과에서 2026년의 65세 이상 인구는 1084만 명으로, 이것이 10% 과소예측됐다면 2026년의 65세 이상 인구는 예상보다 107만 명 이상 많은 1191만 명에 달할 것이란 설명이다.
최 연구위원은 "고령인구의 70%가 기초연금 수급자라고 봤을 때, 이 같은 결과는 기초연금 수급자가 70만 명 이상 증가한다는 뜻"이라며 "이들에 대한 사회복지 관련 지출도 비례해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령별 사망률 개선이 기대수명 증가에 미치는 영향. <자료=한국개발연구원> |
그는 현행 장래인구추계의 모형이 사망률 개선형태가 시점에 관계없이 일정하다는 단점이 있어 시점에 따라 사망률이 개선되는 연령층이 변화해 온 우리나라의 사망률 예측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최근 고령층 사망률 개선추세를 반영해 인구추계를 실시, 2060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는 '2011년 장래인구추계' 결과보다 370만 명 많은 2134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최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기대수명 증가를 경험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시급한 실정으로, 사회복지분야에 소요될 재정부담이 예측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제통화기금(IMF)은 이것을 장수 리스크(Longevity Risk)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즉각적으로 시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수 리스크는 정부가 단독으로 부담하기 어려운 문제로, 정부는 장수 리스크 현황에 대해 알리고, 사회적 합의 하에 정부·기업·개인 각 경제주체가 부담을 적절히 배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재정준칙을 세우고 사회보험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재정건전화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 연구위원은 장수 리스크 관리를 위해 인구추계에 보다 정확성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확한 인구추계는 장수리스크 관리에 필수적"이라며 "기존의 예측 결과에 대한 철저한 평가를 바탕으로 예측 모형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통계청은 KDI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통계청은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최근 5년간 인구추계와 실적치 간의 오차는 65세 이상 인구에서 -0.6%로 비교적 낮은 수준"이라며 "이것이 매년 누적적으로 증가한다고 할지라도 15년 후에 과소예측되는 고령인구는 최대 1.65% 수준(18만 명)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KDI는 최근 고령층의 기대수명 개선 속도가 향후 50년간 지속된다는 가정을 전제로 기대수명과 고령인구를 추계했다"면서 "기대수명이 일정 수준(85세 정도)에 도달하면,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되는 국내외 사례를 볼 때, 이는 매우 비현실적인 가정"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