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나래 기자] 재벌 개혁론자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야당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안에 대체로 동의하지만, 일부 규정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와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재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경제개혁연대는 17일 김 대표와 채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의 핵심 10개항 중 6개항에 찬성 의견을 밝혔다.
6개항은 ▲합병 등으로 인해 주주 자격을 상실해도 대표소송의 효력을 인정한 주주대표소송 절차 개선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주주 요건을 현행 ‘0.01% 보유’에서 ‘0.001% 보유’로 완화 ▲다중장부열람권 허용 ▲계열사 임직원의 사외이사 취임 제한 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는 사외이사 결격사유 강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독립성 강화 ▲전자투표 의무화 등이다.
그러나 김 대표 안 중에서 사추위에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한 1명을 포함시키는 방안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상조 교수는 17일 뉴스핌과 통화에서 “김종인 의원 안에 내재한 논란의 본질은 상법상 주주평등의 원칙에 예외를 둬 소액주주 또는 우리사주조합이라는 특정 주주에게 1명의 사외이사 선임 권한을 배타적으로 부여할 것이냐는 데에 있다"며 "지배주주나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사외이사가 반드시 선임되도록 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하더라도 실현방법에 대해서는 보다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 <사진=뉴시스> |
김 대표의 상법 개정안을 보면 제542조의8(사외이사의 선임) 제4항에서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한 1인이 포함되도록 구성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김 교수는 "조문만 봐서는 이사들 중에서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하여 선임된 이사 1인을 포함해야 한다는 취지인지, 이사가 아니더라도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하는 1인을 포함해야 한다는 취지인지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문제가 발생한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이사들 중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하여 선임된 이사 1인을 포함’의 경우라면 모든 상장회사에 우리사주조합이 결성되어 있는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우리사주조합이 있는 상장회사라고 하더라도 우리사주조합이 사외이사후보를 추천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는 "이렇게 되면 부득이하게 이 개정 조항을 충족하지 못하여 상법 위반에 처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조문의 맥락상 ‘이사가 아니더라도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하는 1인을 포함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럴 경우 사추위를 상법 제393조의2(이사회내 위원회)에 따른 위원회로 규정한 것과 충돌된다고 지적했다. 즉, 사추위 및 감사위원회 등의 이사회 내 위원회는 모두 이사로만 구성해야 한다는 현행 상법 규정을 위반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사로 구성된 이사회 내 위원회일 때에만 주주가 그 의사록을 열람⋅등사할 수 있으며 잘못된 의사결정에 대해 책임 추궁을 할 수 있는데 김종인 의원 안은 불가능하다"라며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한 (이사가 아닌) 외부인사를 사추위에 포함함으로써 독립성을 높이려는 취지의 개정안이 오히려 사추위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훼손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종인 의원 안에 신설된 ‘소액주주 또는 우리사주조합에 의한 사외이사 선임 규정’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비판적인 시각을 내놨다.
상장회사 특례 규정인 제542조의8(사외이사의 선임)을 개정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을 제외하고 1%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이하 ‘소액주주’) 또는 우리사주조합은 사외이사 후보를 각 1인 이상 사추위에 추천할 수 있고 ▲사추위는 소액주주 및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한 후보 중 각 1인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여 주주총회에 상정하여야 하고 ▲사외이사 과반수 선임이 의무화된 상장회사(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회사)의 경우에는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임 시 소액주주 및 우리사주조합이 요구하여 사추위의 추천을 받은 1인을 포함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김종인 의원 안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는 1% 이상 지분을 가진 소액주주 또는 우리사주조합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경우 주주총회에서 이 중 1명을 반드시 선임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
김 교수는 대주주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선임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이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먼저 542조 제5항은 1% 이상 지분을 보유한 소액주주와 우리사주조합에 사외이사 후보 추천권을 부여하고 있다. 지분율 1% 이상(자본금 1000억원 이상의 상장회사의 경우 지분율 0.5% 이상)의 소액주주는 현행 규정에 의해서도 주주제안 형식으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여 주주총회에 상정할 수 있는 길이 확보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상법개정을 통해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된다면 소액주주 추천 후보의 이사 선임 가능성은 크게 높아진다고 볼 수도 있다.
김 교수는 542조 6항이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회사는 제5항에 따라 소액주주 또는 우리사주조합의 요구로 사추위가 주주총회에 상정한 후보 중 1인을 반드시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소액주주 또는 우리사주조합 추천 후보 중 1인이 반드시 주주총회에서 선임되도록 하는 의결 방법에 관해서는 아무런 내용이 없다는 절차적 규정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현행 상법상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선임하려면 출석한 주식의 과반수 및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주주총회 의결 방법에 대해 따로 정하지 않는다면 소액주주 또는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한 후보라 하더라도 주주총회에서 다수의 주주들이 반대할 경우 이사로 선임될 수 없다"며 "이렇게 되면 회사는 상법을 위반하는 결과가 된다"고 밝혔다.
그는 주주총회 의결 방법을 보완해 소액주주 또는 우리사주조합 추천 후보 중 1인은 반드시 선임되도록 규정을 마련한다 해도 주주들의 결정권을 사추위가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우리사주조합이 후보를 추천하지 않고 1% 이상 지분을 가진 소액주주가 후보를 추천할 경우 사추위는 이 중 1명을 주주총회에 후보로 올려야 한다. 이 후보는 주주총회에서 당연히 이사로 선임돼 해당 후보를 추천한 소액주주 외에 다른 주주들이 모두 그 후보를 반대하더라도 그 후보는 이사가 될 것이고, 결국 사추위가 주주총회를 대신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잇따라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폐기된 법안이다. 2013년 8월 박 대통령이 상법 개정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힌 이후 법무부는 상법 개정안을 수정 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경제 활성화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면서 법무부는 수정안을 내지 않고 있다.
상법개정안은 주주의 본질적 권리인 이사 선임권 침해, 외국 투기자본의 경영권 탈취 가능성 등 재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이에 김상조 교수는 현실적인 대안에 대해 "전자투표제는 어려운 과제가 아니라 단계적으로 될 것"이라며 "상법 개정안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다중대표소송제이며 감사위원분리선출과 집중투표제 중에 양자택일해야하는 것이 복안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둘다 하는 것은 서로 충돌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감사위원분리선출을 하게 되면 집중투표제의 효력이 없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나래 기자 (ticktock03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