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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금리 정상화를 고려하는 반면 일본은행(BOJ)은 마이너스금리 도입에 이어 추가 완화 정책을 구사할 것이란 신호들이 나오고 있지만, 최근 달러/엔 움직임은 예상과 반대로 하락하고 있어 엔화 약세를 예상하는 시장참가자들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글로벌 투자은행 다수와 일본 주요기업들은 달러/엔이 일시 하락했다가 다시 반등할 것이란 전망을 고수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더구나 연준 의장의 발언과 BOJ의 보다 과감한 완화정책이나 현행 정책 수단의 변화가 가져올 외환시장의 반응도 예단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 브렉시트 이후 두 번째 100엔 지지력 시험대
지난 16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심리적 지지선인 100엔 밑으로 추락했다. 장중 99.54엔(로이터 기준)까지 밀린 달러/엔은, 지난 6월23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결정 당시 기록한 99.08엔 이후 최저치를 가리켰다.
달러/엔이 100엔 선을 밑돈 것은 2013년 이후로는 두 차례 밖에 없다.
이날 지지선이 무너진 배경은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강세 흐름이 뉴욕시장으로 이어졌고 미국 7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ore CPI)가 기대 이하로 나오자 연준의 금리인상이 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형성되자 달러 매도세가 강화된 것으로 풀이됐다. 글로벌 주가지수도 약세를 보이면서 엔화로 안전도피 흐름도 가세했다는 설명도 나온다.
무엇보다 여름 휴가시즌에 외환시장 거래가 잠잠해진 틈을 타 투기적인 방향성 거래가 이루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달러/엔 환율 1년 추이 (엔화 가치와 반대) <출처=블룸버그> |
그러나 이날 뉴욕연방준비은행의 더들리 총재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하자 환율은 방향을 바꾸며 100.54엔까지 튀어 올랐다.
엔화 가치는 연초 이후 달러화 대비로 20%나 치솟았다. 연초 중국발 금융시장 혼란이 발생하자 엔화로 위험회피 매수세가 유입되는 추세가 형성됐고, 미국 금리인상이 계속 지연되면서 최근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 영향까지 받았다.
무엇보다 일본은행(BOJ)의 완화정책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시각이 일부 형성되면서 바클레이즈와 미즈호은행 등 투자은행 일부는 90엔 전후로 환율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제출했다.
◆ 엔화 '마이웨이' 배경은
최근 엔화 강세는 달러 약세에 대한 상대적 움직임으로, 이날 주요 6개통화로 산정되는 ICE 달러지수(DXY)는 94.43으로 역시 브렉시트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트레이더들은 금융시장이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전반적으로 거래량이 적었던 데다 손실이 났을 때 추가 손실을 줄이도록 하는 손절매(Stop-loss) 주문이 많았던 점도 엔화 강세를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ABN암로 선임 외환전략가 로이 테오는 달러/엔 환율이 100엔 아래를 계속 유지할 것 같지는 않다며 “엔화 강세가 손절매 주문에 인한 것으로 단기적 모멘텀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긴축 스탠스를 준비하고 일본은행(BOJ)은 적극적인 통화 완화를 펼치고 있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달러가 강세를,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이 정상이다. 다시 말해 달러/엔 환율은 위를 향해야 한다.
이러한 예상과 반대되는 ‘자체 노선(마이웨이)’을 택한 환시 움직임 때문에 시장 참가자들은 물론 미국과 일본 통화정책 관계자들의 머릿속도 그만큼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달러/엔 100엔이 붕괴된 이날 연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금리 인상 임박 신호가 나오고 있었다.
연준 내 표결권을 가진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은 총재가 경제 지표만 가능하다면 이르면 9월에도 연준의 금리 추가 인상이 가능하다고 언급했고,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올해 두 번의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해 금리 정상화가 먼 얘기일 수 있음을 시사하자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50% 미만으로 점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엔화 가치는 이날 하루 동안에만 달러 대비 1.3% 정도 올랐고 지난 3주 동안에는 5.9%가 뛰었다. 연초 대비로는 20% 넘게 치솟은 수준이다.
트레이더들은 금융시장이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전반적으로 거래량이 적었던 데다 손실이 났을 때 추가 손실을 줄이도록 하는 손절매(Stop-loss) 주문이 많았던 점도 엔화 강세를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달러 트레이더들이 연준의 말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 점도 달러 약세로 이어져 달러/엔 환율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이체방크 외환전략대표 앨런 러스키는 “시장이 금리 인상 전망과 속도에 관해 상당히 회의적 입장”이라고 말했다.
예상을 대폭 하회했던 2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한 최근 부진한 지표 상황도 투자자들의 금리 인상 예상 시기를 늦춘 요인으로,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내년 9월까지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 반항적인 엔화에 심기 불편해진 일본은행(BOJ)
일본은행(BOJ) <출처=블룸버그> |
100엔 수준에 머물고 있는 달러/엔 환율이 가장 신경 쓰이는 곳은 아무래도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다.
올 들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비롯해 아베 신조 총리의 새로운 부양 조치까지 다양한 엔저 유발 대책을 도입했음에도 엔화 가치는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엔고를 막기 위한 BOJ 개입 조치가 나올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
일본 재무성의 아사카와 마사쓰구 부대신은 지난 3일 환시에 한 쪽으로 쏠린 투기적 흐름이 관측된다고 언급하는 구두개입을 두 차례나 단행했다.
UBS 외환전략 담당 컨스탄틴 볼츠는 “지난 몇 달 동안 BOJ 통화 완화 조치가 향후 엔화 약세 베팅을 부추기는 데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즈호은행 런던지점의 닐 존스 헤지펀드 영업대표는 "일본이 통화정책 전선의 끝까지 온 것 같다"면서 "지금은 소버린 컨버전스가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존스 대표는 달러/엔이 90엔~95엔선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 기업과 시장전망은 달러/엔 '반등'
엔고로 인한 일본 기업들의 타격 역시 만만치 않다.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최근 실적 발표에서 엔화 강세로 올해 이익이 1조1200억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실적 전망치를 1조6000억엔으로 종전보다 1000억엔 축소했다.
최신 단칸보고서에 의하면 주요 대기업의 회계연도 평균 달러/엔 예상치는 111.41엔이었다. 이 수준의 환율을 기초로 연간 사업계획을 추진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는 달러/엔 환율이 지금보다는 높은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된다.
금융 검색엔진인 알파센스는 시가총액 150억달러 이상의 일본 대기업 20곳의 실적 분석 결과 이들은 이번 회계연도가 끝나는 2017년 3월31일까지 달러/엔 환율이 107.2엔으로 오를(엔화 약세)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월가에서도 비슷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UBS는 앞으로 3~6개월 안에 달러/엔 환율이 104엔으로 오르고 1년 안에는 107엔까지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AML) 전망은 더 낙관적이었는데, 이들은 이번 연말 환율이 105엔을 회복하고 내년 말에는 115엔까지 뛸 것으로 전망했다.
BAML 외환전략 대표 아사나시오스 밤바키디스는 “분명 BOJ가 지금 환율 수준을 불편하게 여길 것이고 대응에 나설 것이며 연준도 금리를 올릴 것”이라며 이러한 복합적 요인으로 달러는 지지 받고 엔화 추가 강세는 저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반대 의견도 나오는데, 바클레이즈의 경우 올 12월까지 달러/엔 환율이 90엔까지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점쳤다. 유럽에서의 지정학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중국도 시장 변동성을 키운다면 엔화 같은 안전자산 인기가 더해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바클레이즈는 이미 7월 초에 달러/엔 12개월 전망치를 83엔으로 제시한 뒤 이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크레디트스위스는 단기 3개월 전망치도 95엔으로 낮췄다.
해외 IB의 달러/엔 전망치 평균은 브렉시트 결정 전후로 110엔에서 100엔 초반선까지 크게 하락했다. 하지만 지금도 엔화 추가 강세 전망은 해외 IB들 사이에서 소수 의견이다.
◆ 열쇠 쥔 옐런 '잭슨홀' 주목
이날 외환시장이 연준 관계자 발언에 별 반응을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입을 연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 <출처=블룸버그> |
현재 시장 관계자들은 오는 26일 예정된 옐런 의장의 잭슨홀 연설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연준이 주목하고 있는 고용지표의 경우 지난 두 달 동안 예상 밖의 양호한 결과를 보여줬지만 7월 소매판매 부진과 예상을 한참 밑돈 2분기 GDP 성장률 등은 옐런 의장 발언의 중요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보다 앞서 17일 발표될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도 관심이다.
당시 FOMC 성명에서는 경제 전망에 대한 단기적 위험이 감소했다는 평가가 추가돼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으로 해석됐는데 의사록에서 새로운 내용들이 담겨 있을지 주목된다.
연준과 BOJ의 다음 회의는 오는 9월 20일과 21일에 각각 개최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다수 시장 참가자들이 BOJ의 완화정책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고 보지만, 9월 추가 완화정책 도입은 점차 기정사실화되고 있고 혹시라도 물가 목표치를 수정할 수도 있다면서 이 때 시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는 예단하기 힘들다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