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인영·방글 기자] 철강·화학제품의 연이은 반덤핑 판정으로 한국 기업들의 시름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미국 상무부(DOC)는 지난 5일(현지시간) 포스코, 현대제철이 수출하는 열연에 대한 반덤핑·상계(相計) 관세율을 판정했다.
현대제철 2냉연공장 냉연제품 <사진=현대제철> |
포스코는 반덤핑 관세율 3.89%, 상계 관세율 57.04% 등 총 관세율이 60.93%이며, 현대제철은 반덤핑 9.49%, 상계 3.89% 등 총 13.38%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냉연강판에는 포스코 64.7%, 현대제철에는 38.2%로 높은 관세를 책정했다. 3월 예비판정에선 6.9%만 부과됐으나 이례적으로 크게 늘어난 것이다. 최종판정은 내달 ITC에서 결정된다.
열연과 냉연의 미국향 수출량은 115만t(5억5000만달러), 18만3600t(1억7664만달러)으로 포스코가 95만t, 현대제철이 35~45만t 수준이다.
철강사들의 타격은 이 뿐 만이 아니다. 미국 상무부는 한국산 후판에 대해 9월 상계관세 예비판정에 이어 11월 반덤핑 예비 판정을 앞두고 있다.
지난 4월 아르셀로미탈 USA 등 3개사는 덤핑 수출로 인한 미국 제조사들의 피해를 주장하며 최대 244.1%(정상가 대비 42.5~562.%, 구성가 대비 202.9~244.1%)의 높은 덤핑관세 부과를 요구했다. 이는 함께 제소된 나머지 11개국가 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미국 상무부는 조사를 통해 오는 11월 4일 후판제품에 대한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릴 예정이다. 최종판정은 이듬해 3월 내려진다.
인도 상공부 산하 반덤핑 사무국(DGAD)도 한국산 열연에 대한 반덤핑 예비판정(20~30%) 발표를 했다. 인도향 열연 수출은 148만t으로 미국향 (115만t)을 상회한다.
연이은 관세폭탄에 대해 포스코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타격이 불가피한 수출물량을 중국, 동남아 지역으로 변경하는 등 대응책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미국 무역법원(CIT)에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한국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WTO 제소를 추진하는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며 "미국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로 촉발된 금번 반덤핑(AD)·상계관세(CVD) 조사 판정 결과 고율의 관세를 부과받게 됐으나, 미국 고객사들과의 관계 유지 및 시장 확보를 위해 필요한 수량에 대해서는 판매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제철 역시 "미국국제무역법원(CIT)에 제소할 계획이며 WTO 제소 관련해서는 정부 뿐 아니라 업계와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초 시작되는 연례재심에 대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수입규제는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업들의 우려로 번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철강 공급과잉에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이 정부 보조금 및 초과 생산으로 낮은 단가의 철강을 미국으로 덤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대응해 미국 상무부는 반덤핑 및 상계관세 관련 인력을 38명 증원할 방침이다.
인도의 경우, 올해 들어 2년 6개월의 세이프가드 조치가 단행됐다. 인도 국내 철강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면서 관세 인상, 반덤핑 등의 조치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캐나다 국경관리청(CBSA)은 철강 및 금속 제품에 대해 2013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총 9건의 덤핑 및 보조금 조사를 시행했으며 이중 4건이 한국에 해당됐다.
멕시코는 철강산업 투자금액과 종사자 수는 감소하는 반면 철강 수입량과 철강수지 적자폭은 증가하고 있어 향후 철강산업 보호를 위한 규제조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석유화학 제품도 타격 불가피…美·EU 이어 印도 반덤핑?
보호무역 기조는 철강 뿐 아니라 한국산 석유화학 제품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 정부는 자국 업체의 요청으로 한국산 ESBR(에멀전 스타이렌 부타디엔 고무)에 반덤핑 과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EU도 한국산 PTA(고순도 테레프탈산)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나섰다.
타이어에 사용된 SBR <사진=금호석유화학> |
ESBR은 합성고무의 일종으로 타이어나 컨베이어 벨트, 호스 등에 활용된다. 미국에 ESBR을 수출하는 기업은 LG화학과 금호석유화학 정도다.
지난해 말 한국이 미국에 수출한 ESBR은 1억3790만달러(약1570억원)로 전체 해외매출의 1%였다.
PTA의 경우는 상황이 심각하다.
PTA는 원유에서 나온 파라자일렌(PX)을 정제해 만드는 흰색 분말로, 폴리에스테르 섬유와 페트병의 원료로 쓰인다. 국내에선 한화종합화학을 비롯해 삼남석유화학, 태광산업, 롯데케미칼, 효성 등 5개사가 PTA를 생산한다.
한국산 PTA의 유럽향 수출량은 2012년 2만t에서 지난해 81만t으로 3년만에 40배 이상이나 성장했다. 수출액으로 보면 같은 기간 200배나 급증했다.
PTA는 일단 설비만 구축하면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중국을 중심으로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공급과잉 우려와 함께 구조조정 필요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반덤핑 조사에 중국산 물량을 상대해야 하는 한국기업으로서는 이중고를 겪는 셈이다.
인도도 최근 한국산 합성고무(BR·SBR)의 덤핑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BR과 SBR은 3대 범용고무 중 하나로 타이어나 신발에 주로 사용된다.
인도의 합성고무 시장은 중국(23%)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17%)로 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인도에 합성고무를 수출하는 LG화학과 금호석유화학의 수출 물량은 3억3600만달러(약4500억원) 수준이다.
이 외에도 중국, 브라질, 호주 등에서 한국산 물품을 규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경제 침체로 자국 산업 보호 움직임이 커지면서 관세 폭탄 우려가 커지는 것이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여기에 ESBR과 PTA가 반덤핑 관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나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 국가들의 자국 산업 보호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며 "그 중에서도 한국은 세계 2위 피소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조사가 시작된 제품에 대해서는 1년 반 후에나 결과가 나오는 만큼 당장의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한국 역시 반덤핑 관세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방글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