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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 전민준 기자] 석유화학업계가 정부에 등떠밀려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폴리염화비닐(PVC), 폴리스티렌(PS), 합성고무(SBR‧BR), 고순도 테레프탈산(TPA) 분야에 대한 구조조정 칼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삼남석유화학 여수 TPA공장<사진=삼남석유화학> |
19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컨설팅을 맡은 베인앤컴퍼니는 PVC와 PS, SBR‧BR, TPA 등 4개 제품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하고, 최근 한국석유화학협회 '기획운영위원회'에 중간 보고서를 제출했다.
기획운영위원회는 지난 5월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석유화학협회 주도로 구성한 태스크포스팀(TFT) 형태 임시조직이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대한유화, 삼남석유화학, 여천NCC, SK종합화학 등 매출기준 상위 8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베인앤컴퍼니는 보고서에 PVC와 TPA, PS는 생산량을 대폭 줄이고, SBR‧BR은 고부가가치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PVC는 중국의 설비증설로 저가경쟁‧과잉공급 상황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기업들은 원가경쟁력 강화‧생산 감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국 PVC설비 규모는 지난 2008년 1500만t에서 2015년 3200만t으로 무려 1700만t 증강된 반면, 같은 기간 글로벌 시장에서 소비는 900만t에서 1600t으로 불과 700만t 늘어나면서 수급격차가 오히려 확대됐다.
베인앤컴퍼니의 제안대로라면 주요 PVC 생산기업인 LG화학, 한화케미칼의 생산라인 일부 폐쇄가 불가피 하다. 단, 규모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LG화학, 한화케미칼은 당장 생산 감축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처럼 중국기업들이 공격적으로 나오면 생산량을 10~20% 줄여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베인앤컴퍼니는 TPA 부문은 인수합병, 생산라인 통합 등 고강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TPA는 중국 자급률 상승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품목이다. 한화종합화학과 삼남석유화학, 태광산업 등 국내기업들은 자율적인 설비감축계획에 따라 지난해 말 순차적인 설비 가동률 조정, 설비 폐쇄에 나서 생산설비 555만t 중 95만t을 감축했다.
여기에 베인앤컴퍼니는 100만t 추가감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베인앤컴퍼니는 PS 또한 최근 저가 중국산 제품과 경쟁이 최고조에 도달, 마진율이 불과 2%도 채 안 되는 저수익 사업으로 전락했다고 진단했다. 실제 지난해 아시아 지역에서 PS 생산능력은 수요의 188%에 달했고, 올해는 200%를 넘어설 것으로 석유화학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LG화학이 연산 15만5000t 규모 PS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는데, 가동률은 약 20%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베인앤컴퍼니는 BR‧SBR이 타이어산업 둔화, 천연고무 같은 대체제품의 가격경쟁력 강화 등과 같은 문제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LG화학이나 금호석유화학 등의 기술력은 중국에 크게 앞서 있어, 중장기 생존전략 키워드로 제품 '고부가가치화'를 제시했다.
베인앤컴퍼니는 앞으로 약 한 달간 기획운영위원회와 수정‧보완작업을 통해 최종보고서를 작성, 오는 9월 말 석유화학기업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하지만 석유화학업계에서는 최종보고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중간보고서에 핵심내용이 다 담겼다는 평가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이번 컨설팅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보다 여태껏 놓쳐온 부분을 다시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최종보고에는 중간보고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감산 규모나 경쟁력 강화방안만 추가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매출액 상위 8개 철강사가 한국석유화학협회와 함께 기획운영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진행한 점을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즉 대다수의 석유화학기업과 종사자들의 의견이 반영된 구조조정 논의가 아닌, 컨설팅 의뢰비를 지불한 상위기업들만 참여해 처음부터 공감대 확보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좀 더 폭넓은 의견청취가 이뤄져야 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전민준 기자(minjun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