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현대자동차 노조가 또 몽니를 부리고 나섰다. 임금 인상이 적다는 이유로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엎어버렸기 때문이다. 합의안이 부결된 것은 2008년 이후 8년 만이다.
현대차가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대내외 여건 악화로 글로벌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으나 노조는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예년 수준의 몫을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29일 현대차 노사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 26일 조합원 4만96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투표자 4만5777명(투표율 92.17%) 가운데 3만5727명(78.05%)이 합의안을 반대해 부결됐다.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려면 재적 조합원의 과반수 투표에, 투표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올해는 무려 80%에 달하는 조합원이 합의안을 반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게 됐다. 갈수록 노조의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부결 원인은 임금 인상폭이 예년 보다 낮아서다. 노사는 지난 24일 임금 5만8000원(정기승급 2호봉+별도승급 2호봉) 인상, 성과금 250%+일시금 250만원, 개인연금 지원금 1만원 인상, 품질지수향상기념 격려금(100%+80만원), 주식 10주, 재래시장상품권 20만원 등에 합의했다.
임금 인상분을 포함한 나머지 인센티브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인당 평균 약 1800만원 규모다. 지난해 보다 약 500만원 정도 줄었다. 사측과 노조 집행부는 해외 경기 침체와 영업이익 축소 등 어려워진 대내외 여건을 감안해 이번 임협에 합의했으나 80%에 달하는 일반 노조원이 거부한 것이다.
이번 잠정합의안은 최근 3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15년 임단협에서 임금 8만5000원 인상 및 성과·격려금 400% + 420만원(재래시장 상품권 포함)과 주식 20주 지급, 2014년에 합의한 임금 9만8000원 인상과 성과·격려금 450% + 890만원 지급과 각각 비교되는 대목이다.
노조는 올해 임협 조건으로 임금 15만2050원 인상(기본급 대비 7.2%, 호봉승급분 제외)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보다 약 두 배를 더 달라는 얘기다. 또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주식 포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임협 부결에 따라 노조는 곧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파업 투쟁 등 방침을 수립할 예정이다. 박유기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은 소식지를 통해 “29일부터 울산공장 사업부 대표, 그리고 각 지역위원회 의장들과 모여 각 공장과 위원회 조합원들의 여론을 듣고, 조합원들의 요구를 바탕으로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라인<사진=현대차> |
이에 대해 사측은 현실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영업이익과 글로벌 판매량이 떨어지는 탓에 임금 인상 및 성과급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2011년부터 올해까지 곤두박질치고 있다. 2011년 영업이익률은 10.3%였으나 지난해 6.9%로 3.4%p 주저앉았다. 올 상반기에는 6.6%로, 전년 동기 대비 1.0%p 하락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 줄어든 3조1042억원에 그쳤다. 반기 영업이익 3조원대도 아슬아슬해진 상황이다.
판매 실적도 어둡다. 올해 현대차 글로벌 판매 목표는 501만대로, 상반기 239만대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0.9% 줄어든 수치다. 해외 시장은 1.8% 쪼그라들었고, 내수는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에 따라 4.5% 올랐다.
단적으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하반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위기로 판단, 이달 초 유럽 현지 공장을 순회했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유럽시장도 하반기에는 불안요인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상황은 우리만의 어려움이 아닌 자동차 산업 모두의 어려움”이라고 우려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임협 부결이 안타깝다”면서 “재교섭이 조속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했다. 회사 측은 올해 임협 과정에서 노조가 7월 19일부터 총 14차례 파업, 자동차 6만5500여대 생산차질을 빚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액으로는 1조4700억원 규모로, 상반기 영업이익의 절반을 갉아먹은 셈이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