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방글 기자]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수순을 밟으면서 국내 해운업계가 양강체제에서 현대상선 단독체제로 전화하게 됐다. 글로벌 7위, 국내 1위 해운사가 사실상 청산하면서 당장은 현대상선과 흥아해운 등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굉장한 손실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상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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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상무는 현대상선의 단독체제는 한국 산업의 해외선사 의존도를 높아지고 외화 유출이 심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 상무는 “수출과 수입에서 국적선사의 운송 비율이 줄면서 해외선사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이는 결국, 해외선사들의 운송료 인상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일례로 국내 자동차 업계를 지키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없어진다고 가정했을 때 당장은 외제차가 그 자리를 대체하겠지만, 국내 경쟁 상대가 없어진 해외 자동차 업체들이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들에 피해가 갈 수 있다는 논리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서는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연구원도 동의했다.
황 연구원은 “화주들이 지금 당장은 피부로 느끼지 못하겠지만, 외국 선주 운임이 조금만 늘어도 물량이 많으면 그 여파가 번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선원들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한진해운과 관계가 있던 작은 회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전반적으로 한진해운 청산이 한국 해운산업의 역량을 저하시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종길 성결대학교 동아시아물류학과 교수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한 교수는 “현대상선 단독체제가 당장은 현대상선에 긍정적일 것으로 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국내 대형 화주들을 해외로 빼앗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한국의 경우, 해운과 조선 화주 금융을 잇는 연계체제가 없기 때문에 대형 화주들을 잡아둘 수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조양상선의 선례에서 보듯이 대형 화주들을 현대상선이 모두 흡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야 하는데, 한진해운의 물량이 자연스럽게 현대상선이나 흥아해운과 같은 국내 선사로 넘어갈 것이라는 비상식적 낙관론에 빠져 있기 때문에 이같은 결론이 나온 것”이라고 일갈했다.
한 교수는 또, “정부가 해운 정책을 이런 식으로 유지한다면 현대상선도 1년 버티기가 힘들다”며 “해운 경기가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가게 둘 게 아니라 1대주주를 국적선사연합으로 두고 2대주주를 글로비스, 3대주주를 삼성중공업이나 현대중공업, 4대 주주를 국책기관으로 연결해 운영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20년 이상 앞을 보고, 해운과 조선, 화주, 금융을 하나로 묶는 선순환적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당장의 상황에서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도 논의 대상이지만, 양사가 경쟁관계로 성장해 왔기 때문에 합병이 최선책이 될 수는 없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현대상선 단독체제는 두개의 국적선사가 존재할 때의 역량을 따라갈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방글 기자 (bsmil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