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승현 기자] “대형건설사와 중소건설사 간의 기술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은 우수한 건설 기술을 중소건설사에 이전해 그들의 역량을 강화시키고자 합니다. 국내 17개 지자체와 건설연이 구축한 해외 네트워크를 연계해 기술력을 갖춘 우리 중소건설사의 해외 진출을 이끌 것입니다”
'기술 세일즈맨' 역할을 맡아 중소건설사를 비롯한 중소업체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정성철 KICT 건설산업혁신센터장의 말이다.
박사급 연구 인력 356명, 등록 특허 1600건, 소프트웨어 등록 1460여 건의 기반(지난 7월말 기준)을 갖춘 건설연이 새롭게 자처하고 나선 역할은 ‘기술 세일즈’다. 연구소가 연구개발만 하면 되는 시대는 지났다는 판단에서다.
이러한 필요성에 지난 4월 건설산업혁신센터가 출범했다. 전담 직원이 100명이다. 건설연 전체 800명 인력이 만들어 낸 기술을 이전하는 조직이다.
건설연이 개발한 기술을 직접 중소건설사에 유무상으로 팔아 그들의 역량을 높인다. 또 17개 지자체와 협업해 지방의 기술 개발 역량을 키운다. 건설연이 30년 넘게 쌓아온 해외 네트워크와 지자체, 중소건설사를 연결해 이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돕는다. 이 것이 건설연이 맡은 새로운 임무라는 게 정성철 센터장의 이야기다.
정성철 건설기술연구원 건설산업혁신센터장 <사진=김학선 기자> |
그 첫 발로 건설연은 전라남도와 경상북도가 손을 잡고 추진하는 창조경제를 지원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연구원은 오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전라남도, 경상북도와 ‘건설산업 창조경제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다.
이 자리에는 이태식 건설연 원장, 이낙연 전남도지사,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협약을 맺는다. 신상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등이 참석한다.
이 협약에 따라 건설연과 지자체가 힘을 합쳐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중소건설사 지원 시스템이 구축된다. 건설연은 우선 기술이전을 통해 지역내 건설사들의 경쟁력을 높인다. 이후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역 중소건설사 해외 진출을 도모한다. 이에 지역 중소건설사는 매출을 늘려 지역 생산을 증대하고 고용도 확대한다. 이 것이 이번 업무협약의 청사진이다.
정성철 센터장은 “17개 지자체는 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욕구는 크나 현실적인 문제로 역량을 키우는 것을 포기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기술 양극화가 심해지고 이것이 경제력 양극화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번 협약에 제안된 과제는 총 43건(전남 14건, 경북 11건, 건설연 18건)이다. 건설·건축·환경 분야에서 전남은 제로에너지 주거를 위한 BIPV-T 융합 에너지 시스템 개발 등을, 경북은 산업 육성을 위한 산학연 매칭 프로그램 운영 등을, 건설연은 차세대 초고속이동체계(하이퍼루프) 기반 기술 개발 과제 등을 제안했다.
현 정부는 국정 목표 중 하나로 ‘중소기업의 창조경제 주역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전국 사업체 수의 99%, 종사자 수의 88%를 차지하고 있지만 현장 체감도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건설연 관계자는 “최근 기술 경향이 첨단 정보통신(IT)을 활용한 기술개발이 급격히 진행되는 특성상 수도권 업체의 기술력이 크게 신장하고 지방기업은 수도권 기업의 단순 하도급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체제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KICT> |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가 건설연의 역량 활용을 요청하면 원격 또는 현장 방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건설 정책·기술 관련 지자체 부설 연구소’를 운영한다. 건설 분야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종합 조직을 설립한다. 건설정책, 홍보, 대외협력, 중소기업 사업화를 지원한다.
건설업은 국내총생산(GDP) 생산 비중의 27%이며 고용 유발 효과는 10억원당 12.1명으로 전 산업 평균인 8.3명에 비해 높다. 지역 성장 거점 조성, 광역교통망 확충, 낙후 지역 개발, 도시재생사업, 주거용지 개발, 산업농공단지 기반시설 확충, 재난 안전 등은 모두 건설업이 담당해야 하는 분야다.
이번 협약을 통해 지자체 건설 행정 고도화를 추진한다. 중앙정부의 잘 갖춰진 정책·기술 기준 시스템을 지자체에 전파한다. 각종 재난·재해에 대한 지역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우수 사례를 타 지자체에 확대 보급할 수 있는 표준 지원 체계를 마련한다.
중소건설사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술·정책을 지원한다. 연 2회 이상 건설 기술·정책 교류회를 연다. 지역 중소기업과 연구개발(R&D)을 공동 수행하고 사업화를 위해 기술적, 재정적으로 지원한다.
건설연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역 중소건설사의 해외 진출을 도모한다. 정부가 1조6000억원을 투입하는 연구개발 9대 국가 프로젝트(인공지능, 가상·증강현실, 자율주행차, 경량소재, 스마트시티, 정밀의료, 탄소 자원화, 미세먼지 관리시스템, 바이오 신약),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하이퍼루프 등 신사업 기술을 개발하고 테스트베드를 구현한다.
신기후변화 협약(POST2020), 오는 2025년 신축 주택 제로에너지 하우스 의무화, 자원순환기본법 등에 대응하는 신기준에 부합하는 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지원한다.
건설연 관계자는 “중앙 정부가 보유한 고급 인력·노하우를 지역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지역 중소기업 기술 양극화 해소, 지역 재해 재난 대응 등에 활용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승현 기자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