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달 미국 고용 지표는 헤드라인 수치뿐 아니라 세부 항목 역시 부진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이 15만1000건에 그치면서 시장 예상치인 18만건을 밑돌았고,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자들이 주시하는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폭도 7월 0.3%에서 8월 0.1%로 후퇴했다.
월가 트레이더들 <출처=블룸버그> |
서비스업과 공공 부문의 일자리가 늘어났을 뿐 미국 경제의 근간이 되는 제조업과 건설, 에너지 부문의 고용이 일제히 감소한 점도 실망스럽다는 평가다.
문제는 시장의 반응이다. 2일(현지시각) 고용 지표 발표 직후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크게 낮춰 잡으며 반색했던 금융시장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혼란에 빠진 모습을 연출했다.
주식시장이 완만한 상승 흐름을 유지한 반면 지표 발표 후 약세 흐름을 나타냈던 달러화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국 국채 수익률도 완만하게 올랐다.
투자자들 사이에 9월 금리인상 여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 데 따라 각 시장 지표가 서로 엇갈리는 방향으로 흩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주요 외신의 헤드라인도 달라졌다. 고용 지표 발표 직후 9월 금리인상이 사실상 불발됐다는 소식을 앞다퉈 전하던 외신은 이날 오후 들어 트레이더들이 혼란에 빠졌다는 내용으로 포인트를 변경했다.
방향이 엇갈린 가운데 등락 폭을 좁은 보합권으로 제한한 금융시장은 8월 고용 지표에 대한 해석에 골몰하는 움직임이다.
채용 공고를 살피는 구직자들 <출처=블룸버그> |
특징적인 것은 실망스러운 지표에도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열린 것으로 판단하는 투자자들이 의외로 적지 않다는 점이다.
민 트랑 실리콘밸리 뱅크 외환 트레이더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연준 정책자들 사이에 매파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도 놀랄 일이 아니다”라며 “전반적인 미국 경제 펀더멘털은 탄탄하다”고 주장했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 삭스 이코노미스트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8월 고용이 예상치에 못 미쳤지만 연준이 안정적인 실업률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수준을 충족시키는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는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고용 지표 발표 전 제시했던 40%에서 55%로 대폭 높여 잡았다.
빌 그로스 야누스 캐피탈 펀드매니저 역시 9월 금리인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는 블룸버그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100%에 가깝다”며 “현 수준의 고용 지표는 통화정책 정상화를 충분히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D.C. 연준 독수리상 <사진=블룸버그> |
반대 의견도 나왔다. 적어도 연준이 9월 금리인상을 단행할 만큼 고용 지표가 강하지 않다는 평가다.
스티븐 스탠리 앰허스트 피어포인트 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8월 고용 지표가 재앙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준의 ‘서프라이즈’를 뒷받침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브래드 맥밀란 커먼웰스 파이낸셜 최고투자책임자는 CNBC와 인터뷰에서 “이번 고용 지표는 스위트 스팟에 해당한다”며 “미국 경제 펀더멘털을 확인한 동시에 연준의 9월 금리인상을 좌절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8월 고용 지표 해석을 둘러싼 혼란은 시장의 금리인상 기대치에서도 확인됐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 선물이 반영하는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전날 27%에서 고용 지표 발표 직후 12%까지 급락한 뒤 24%로 반등했다.
한편 개장 직후 100포인트 뛰었던 다우존스 지수는 상승폭을 장 후반 50 내외로 좁혔고,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나란히 0.3% 선의 상승 흐름을 나타냈다.
달러 인덱스가 0.2% 오른 가운데 달러화는 특히 엔화에 대해 0.7% 가량 뛰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 후반 3bp 오름세를 나타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