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인영 기자]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인한 물류대란으로 또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은 한진그룹과 채권단이 여전한 이견차로 삐걱대고 있다.
한진그룹은 법정관리 이전처럼 채권단이 지원하면 5000억원을 내놓을 수 있다는 조건부 지원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채권단은 무리한 요구라며 지원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상태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한진해운이 31일 오전 임시이사회를 열고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로 결의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한진해운에 대한 주도권을 법원이 갖게 된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진해운 본사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6일 금융권 및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과 5일 두 차례에 걸쳐 물류대란 대책을 논의한 한진해운 채권단과 한진그룹은 오늘도 추가 협의를 갖는다.
법원은 선박 하역작업 재개 등 당장 해상 유랑 화물 문제를 풀기 위해선 2000억원 안팎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했다.
한진은 법정관리 신청 직전 내놓았던 5000억원 규모의 물류대책 지원방안을 다시 내놨다. 구체적으로 대한항공의 한진해운 유상증자 참여(4000억원)와 계열사 신규자금 지원 및 조양호 회장 유상증자 참여(1000억원) 등이다.
이 지원안은 채권단의 5000억원 지원을 선결 과제로 담고 있다. 즉, 채권단의 자금 지원이 뒷받침돼야 이 대책안이 성사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채권단은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며 4일과 5일 모두 거부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자율협약 당시에도 수용할 수 없었던 지원안을 그대로 내놓으면서 '한진해운 살리기'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우리는 못한다. 그룹에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못 박은 뒤 "자율협약이 끝났고, 공동관리 상태도 아닌 회생절차 단계다. 당초 (자율협약 시) 살리자고 했던 규모 자체도 너무 커 거부했는데 이젠 정리단계서 사회적 비용을 대라고 하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이어 "상황이 이전 보다 더 나빠졌다. 화주 이탈, 얼라이언스 퇴출, 법적 분쟁 등으로 지원 규모는 배로 증가했다. 이제와서 (지원)하자는 것은 안하겠다고 하는 것과 같다는 제안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채권단이 자금 조달을 거부하면서 한진그룹 계열사 자산을 담보로 간접적인 지원을 끌어내는 방안이 대안책으로 거론된다.
현재로선 한진해운의 주요 자산을 인수한 (주)한진이 활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주)한진이 자사 담보로 산은에서 대출을 받은 뒤 한진해운에 빌려주는 방식이다.
앞서 (주)한진은 아시아 8개 항로 운영권을 비롯해 평택 컨테이너 터미널 지분, 부산해운신항만, 베트남 터미널 법인 지분 등을 인수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한진해운을 살리면 물류대란이 해결되니 완전히 살려야 한다는 취지에서 협의를 진행했지만 채권단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상황인 것 같다"며 "오늘 추가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31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세계 곳곳에서 선박 입출항장애 및 비정상 운항이 동시 발생하고 있다. 현재 한진해운 선박 중 87척이 바다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다.
당정은 한진해운에 장기저리자금 1000억원을 즉시 지원하고, 각국에 한진해운 선박 압류금지 명령을 요청했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