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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올들어 인기몰이를 지속했던 고수익채권(정크본드) 시장이 조만간 붕괴될 수 있다는 월가 트레이더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5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크본드와 국채 간 금리 차이(스프레드)가 지나치게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 시장 참가자들의 거품 붕괴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하이일드 채권 매도에 나섰다는 소식도 들린다.
정크본드의 펀더멘털에 비해 수요가 갑자기 늘면서 가격은 뛰었고 이와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낮아졌는데, 이것 때문에 국채와 비교한 스프레드가 크게 축소됐다. 블룸버그-바클레이즈 자료에 의하면, 정크본드와 미국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는 1년여 만에 최저치까지 축소됐다.
◆ '수익률 추구'에 수요↑.. 고공행진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통신> |
올해 국채보다 높은 수익률과 주식보다 저렴한 밸류에이션이란 매력 때문에 포트폴리오 매니저들과 개인 투자자들은 너도나도 정크본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톰슨로이터 리퍼(Lipper)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까지 하이일드 뮤추얼펀드로 흘러 들어온 순유입 자금은 총 64억달러로 집계됐다. 이전 3년 동안 해당 펀드에서 477억달러가 빠져나간 것과는 대조적 흐름이다.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정크본드 채권 가격과 수익률도 계속 오름세를 보였고 이는 다시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팩트셋에 따르면 올해 미국 최대 하이일드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아이박스 달러 하이일드 회사채 ETF’ 수익률은 12%로 S&P500지수 전체 수익률 7.8%를 가볍게 앞질렀다.
원유선물 가격이 20% 오른 점과 유럽과 일본, 중국 중앙은행 등이 양적완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점도 정크본드 투자자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처럼 뜨거웠던 정크본드 투자 열기가 조만간 반전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 '이상신호' 감지
금리 스프레드는 투자자들이 정크본드 매입 시 지불하는 '위험 프리미엄'을 의미하는데, 이것이 크게 줄었다는 점은 그만큼 국채와 비교한 정크본드의 상대적인 매력이 줄었음을 시사한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추가로 금리를 올릴 경우 변동성이 증폭되면서 시장 위기가 초래될 수 있는 지점이다. 과거 '채권왕'으로 불리던 빌 그로스(Bill Gross) 야누스 캐피탈 펀드매니를 비롯한 월가 유명 채권 구루들도 연준 금리 인상으로 인한 변동성 급등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컬럼비아 스레드니들 인베스트먼트의 포트폴리오매니저 진 타누조는 너무 높아진 가격 때문에 보유한 정크본드 매도에 나서고 있다면서, 채권 투자자들이 연준 금리정상화 사이클에 대해 너무 방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하이일드 회사채 수익 변화 <출처=블룸버그> |
◆ 아시아 시장도 '빨간불'
정크본드 시장 경고음은 아시아에서도 들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펀드매니저들은 지난 10년 동안 몸집이 네 배 넘게 불어난 아시아 정크본드 시장에서 이제는 얻을 것보다는 잃을 것이 더 많다고 경고하고 있다.
슈로더 투자운용과 니코 자산운용, NN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는 아시아 채권시장에서 레버리지를 무시했다간 고통이 따를 것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들은 각국 중앙은행의 완화 정책에 기댄 기업들이 너도 나도 채권 발행에 나서면서 리스크가 지나치게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중구고가 인도에서 늘어난 부실대출 규모도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 정크본드 규모는 기업 주식의 103%로 2006년 이후 최대치이자 미국의 83%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니코 자산운용 선임 매니저 렁 와이는 “지금과 같은 타이트한 밸류에이션 상황에서는 악재가 나왔을 때 충분한 버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슈로더 소속 레이몬드 치아는 "채권 수익이 오른 것이 기업들의 펀더멘털 개선이 아닌 공급물량 부족 때문"이라며 "위험에 대비하려면 기업들의 펀더멘털을 파악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