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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리스크 대이동' 초저금리 시대 촌극

기사등록 : 2016-09-16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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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 파산시킨 합성증권 활개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펀드매니저들 사이에 ‘리스크-온’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전례 없는 저금리 시대에 수익률을 창출하려면 리스크 관리는 생각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 투자자들의 얘기다.

펀드매니저들이 과격한 행보를 취하면서 부채담보부증권(CDO)를 포함해 2008년 미국 금융위기의 원흉이 됐던 소위 합성증권의 거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런던 금융권 <출처=블룸버그>

은행권은 호기를 만난 셈이다. 재무건전성에 대한 감독이 강화되는 가운데 리스크가 높은 여신을 수익률 창출에 혈안이 된 투자 기관에 떠넘길 수 있게 됐기 때문.

15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유럽의 대형 연기금들이 두 자릿수의 수익률 창출을 위해 84억유로(95억달러) 규모의 은행권 기업 여신 포트폴리오에 베팅하고 있다.

앵커리지 캐피탈 그룹이 정크 등급의 회사채와 여신을 묶어 합성증권으로 재가공, 펀드와 연기금에 팔아 치운 것이 시장 상황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단면이다.

앵커리지가 매각한 CDO는 4억3300만달러 규모로, 대부분 정크 등급의 회사채로 구성됐다.

노데아 은행은 보유 중인 기업 여신을 합성 증권으로 재가공, 네덜란드의 사회보장기금 PGGM에 매각했다. 이번 합성 증권은 특별히 양측의 딜을 위해 리스크가 높은 여신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노데아 은행은 이 같은 거래를 추가로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보유 자산의 리스크를 떨어뜨리는 한편 재무건전성을 향상시킨다는 복안이다.

유럽 주요 은행권에 이 같은 형태의 자산 매각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스페인의 산탄데르 은행과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 등 흡사한 전략을 취하는 은행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형 펀드와 자산운용사들은 8년 전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을 초래했던 파생 상품시장으로 뛰어들고 있고, 이 과정에 은행권 리스크가 연기금과 펀드 업계로 이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레이시첸 브랜디와인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머니매니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대형 기관 투자자들 사이에 고수익률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며 “이 때문에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합성증권이 다시 외형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런던 자산운용사 M&G의 제임스 킹 펀드매니저는 “상당수의 거래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부적절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며 “정보의 불투명성과 지나친 레버리지 등 리스크의 형태도 다양하다”고 전했다.

루벤 반 루웬 라보뱅크 애널리스트는 “정확한 시장 규모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상당수의 은행권이 합성증권 발행을 통한 부실 여신 거래에 가담하고 있다”며 “리스크 관리 능력이 떨어지는 펀드매니저들이 거래에 뛰어들었다가 커다란 손실을 떠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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