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함지현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출석하면서 롯데그룹에 비상이 걸렸다. 만약 신 회장이 구속이라도 된다면 심각한 경영공백 상태에 빠질 수 있어서다.
신 회장을 대신해 업무를 진행할 대체자가 없다는 것은 가장 큰 문제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그동안 계속된 경영권 분쟁에도 불구하고 '원 리더'의 자리를 지켜왔지만, 자칫 구속 수감이 될 경우 롯데의 경영권이 일본으로 넘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2천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20일 오전 9시 19분 검은색 정장과 곤색 넥타이를 메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모습을 드러낸 신 회장은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횡령·배임 혐의를 인정하느냐', '롯데건설 300억원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느냐', '총수 일가의 탈세나 횡령 등에 개입한 사실이 있느냐' 등의 질문에는 "검찰에서 자세히 말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는 다소 굳은 표정으로 약 1분동안 질의응답을 주고받은 뒤 청사 안으로 이동했다.
신 회장은 현재 계열사 간 주식과 자산 거래 과정에서 수백억원대를 횡령하고,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발생한 경영손실을 계열사에 떠넘겨 회사에 손실을 끼친 배임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현재 예측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검찰이 불구속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경우,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되는 경우, 구속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 등이다.
이 중 롯데그룹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은 신 회장이 구속되는 경우다.
현재 롯데그룹은 대대적인 검찰의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오너 일가가 수사선상에 오르거나 일부 구속됐다.
오너 일가 뿐만 아니라 롯데그룹의 2인자로 불리며 신 회장 부재시 거의 유일하게 롯데그룹을 이끌어 나갈 인물로 꼽혀온 고(故)이인원 전 롯데그룹 부회장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과 소진세 대외협력단장(사장) 역시 이번 수사 과정에 엮여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 회장은 거의 유일하게 롯데그룹의 '키'를 잡고 있다. 만약 신 회장이 자리를 비우게 될 경우 상당한 경영공백이 우려되는 이유다.
경영 공백 상태가 계속된다면 내년 투자 및 고용 계획 수립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롯데그룹의 주력 사업군이 유통·서비스·식품 등 내수경기와 밀접한 관련 있는 분야가 많아, 투자에 차질 생길 경우 국가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우려가 크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또한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 회장의 경영 공백 상태를 이용해 경영권 분쟁을 재발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구속된다면 한국 롯데의 경영권이 일본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일본은 만약 경영진이 비리 행위로 구속되면 바로 문제가 된 경영진을 해임하고, 새로운 경영진을 선임하거나 쇄신안을 발표하는 문화가 일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비춰보면 신 회장이 그동안 아무리 경영권 방어를 잘 해왔다하더라도 구속 된다면 일본 롯데홀딩스가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대표 등 전문경영인 체제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는 사실상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구속된다면 사실상 롯데그룹을 이끌어 갈 사람이 아무도 없는 꼴이 될 것이라 심각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며 "한국롯데가 일본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겠지만, 그래도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은 일"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국내 재계 5위인 롯데그룹은 해마다 7조원 가량을 국내외에 투자하고 있다. 현재 국내 직접고용이 12만명이며 직간접 고용 효과는 35만명에 달한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