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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거꾸로 가는 한진해운 회생절차

기사등록 : 2016-09-2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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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조인영 기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라는 것이 회생을 전제로 한 것 아닙니까.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보면 기업을 파산시키기 위한 수순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해운업계 종사자의 말이다. 법정관리는 단어 사전에서도 '부채가 과도한 기업에게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 '법원 관리 아래 진행되는 기업 구조조정 절차'로 설명된다. 모두 회생 가능성을 염두하고 진행된다.

정석대로라면 한진해운은 팬오션과 대한해운처럼 채무 조정(감액, 탕감, 출자전환 등)을 거쳐 회생계획 인가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만 시작부터 잘못됐다는 느낌을 지을 수 없다. 자율협약 단계부터 이견차를 좁히지 못했던 채권단과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후에도 '네 탓'론을 펼치며 피해만 키웠다.

법원이 다급히 채권단에 DIP지원(법정관리 기업에 대한 대출)을 요청했지만 회수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DIP는 회생을 전제로 빌려주는 돈으로 채권단의 거절은 한진해운 청산을 염두했음을 시사한다.

한진그룹 역시 한진해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법정관리가 불가피했다고 판단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정부-채권단과 회생을 전제로 한 법정관리라는 합의를 이끌어냈어야 했다. 그러나 한진해운 전현직 오너인 최은영 회장과 조양호 회장은 각각 사재 100억원, 400억원 출연으로 책임을 다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상황을 주도해야 할 정부는 그룹과 채권단이 해결해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13일 박 대통령이 한진그룹을 겨냥해 쓴소리를 하자, 그제서야 대한항공은 매출채권(받을 운임)을 담보로 600억원 지원안을 통과시켰다. 산은도 마지못한듯 500억원을 지원했지만 이미 물류대란 금액은 1000억원 이상 불어난 뒤였다.

갈 곳을 못찾던 선박들은 일부 정상 하역이 가능해졌지만 한진해운이 회생으로 가는 길은 암울하기만 하다. 

특히 하역비의 경우, 싱가폴 등 한진해운 선박이 몰려있는 곳은 하역비용을 2배 이상 요구하고 있는데다 화물지연을 이유로 화주들의 소송가액이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한진해운 회생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한진해운이 모두 변제해야 할 공익채권인 용선료, 화주들의 손해배상채권, 선원 임금은 지금도 기약없이 불어나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법원은 회생절차 폐지와 함께 파산절차 개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빚덩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침몰하는 것이다. 해운산업을 비롯해 연관산업까지 마비된다. 문제는 책임자 없이 피해자만 속출하는 데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가압류된 '한진 로마호' 문권도 선장 페이스북엔 선원들이 '한진해운은 달리고 싶다' 'SAVE MY HANJIN SHIPPING' 'I LOVE HANJIN SHIPPING'이라는 피켓을 들고 웃고 있는 사진이 보인다. 피켓만 아니라면 여유롭게 운항중인 것처럼 보인다.

침몰중인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는 사람들에게 끝까지 좋은 소식을 전해주지 못할 것 같아 안타깝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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