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경환 기자] 공공기관들이 줄줄이 파업에 돌입,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 기치를 드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일단 성과연봉제는 받아들이되 성과 평가의 공정성 및 합리성을 확보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만, 정부 주도의 도입 과정 등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것으로, 도입 이후의 악용 방지 노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성과연봉제 위험 부담이 크고 불안하니까 반대하는 건 이해한다"면서도 "그렇다 해도 성과연봉제 도입은 필요한 것으로, 성과 평가(방법의 공정성)나 직원 역량 개발 제도 등을 확보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철도·지하철 공동파업 출정식이 열린 27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서울메트로 군자차량기지에 차량들이 멈춰 서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이날 철도·지하철 노조 등 공공운수 15개 노조 6만3000여 명이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공공운수 노조와 더불어 민주노총 산하인 보건의료노조 1만5000여 명도 오는 28일 하루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공공노조가 파업 성과연봉제 도입이 결국엔 저성과자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정부는 지난 1월 노동 절차에 관계없이 사회통념상 합리성 등을 이유로 해고할 수 있다는 일반해고 지침을 발표, 그것을 기준으로 공공기관 임금체계를 개편하도록 지침 내렸고, 성과연봉제가 도입되고 있다"며 "이름은 임금체계 개편인데 결국 성과주의인 것으로, 성과주의는 저성과자 해고제도와 맞물려서 추진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김태기 교수는 "기본적으로 성과연봉제를 갖고 일반해고로 가는 것은 비약"이라며 "정부가 일반해고란 말을 들고 나와 조금 애매해지긴 했지만, 대부분의 공공기관 직원들은 신분 보장이 돼 있어 해고 위험이 별로 없다"고 언급했다.
해고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공공기관에 대한 성과 평가가 과연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있다. 민간기업과 달리 공공기관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곳인데, 이에 대해 실적을 따진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남정수 대변인은 "공공기관이 실적을 내고 이익을 내야 한다면 (국민을)쥐어짜야 한다"면서 "국민에게 상당한 피해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파업은)단순히 기득권 지키기가 아니라 국민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 박사는 이에 대해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지는 일의 성격과 기관의 성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공공기관도 업무를 하는 이상 성과 평가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며 "훨씬 더 상세하고 복잡할 순 있으나 성과를 측정하는 것 자체를 부정하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도입 절차의 합법성이나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노사 합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고, 성과 평가 기준도 아직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남정수 대변인은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도록 돼 있는 것을 무시하고 이사회에서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등 (성과연봉제 도입이)노동법 절차를 무시하고 불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지금의 파업은 그것이 무효이고 다시 법 절차에 따라서 필요한 교섭을 거쳐야 한다 또는 (도입이)중단돼야 한다는 요구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동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성과에 따른 보상이라는 원칙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 보다 (성과연봉제)도입의 방식과 진행 과정을 봐서 노조 입장에선 충분히 문제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공감을 표했다.
제대로 된 평가 기준도 마련이 안 된 상태에서 과연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김현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성과연봉제가)동기 부여나 조직에 건설적인 긴장감을 불어넣는 데는 상당히 탁월한 제도이긴 하다"면서 "하지만, 이걸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그 반대 입장에선 상당히 악용될 소지 있고, 특히 구조조정에 활용되는 가장 핵심지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