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이 사우디 아라비아의 증시로 몰리고 있다.
회담 결과에 대한 투자자들의 회의론이 번지면서 국제 유가와 함께 사우디 증시가 급락, 9월 이후 전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최악의 손실을 낸 가운데 감산 합의가 강력한 반전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기대다.
<사진=블룸버그> |
28일(현지시각) 알제리에서 OPEC의 비공식 회담이 열린 가운데 사우디 증시는 3.4% 급락하며 전세계 90개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커다란 하락을 나타냈다. 또 이날 주가는 8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9월 초 이후 사우디 증시의 낙폭은 9%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역시 전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최악의 성적에 해당한다.
OPEC의 이번 회의에서 원유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상품선물시장에서 투기거래자들을 중심으로 유가 하락 베팅이 급증한 한편 사우디 증시 역시 공격적인 ‘팔자’에 시달렸다.
배럴당 50달러 아래에서 머무는 국제 유가로 인해 사우디의 재정과 실물경제에 커다란 흠집이 발생한 사실이 점차 뚜렷하게 확인되면서 주가 하락 압박이 고조된 것으로 풀이된다.
사우디는 지난 26일 공무원의 보너스 지급을 취소한 한편 세금 공제액을 축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중앙은행은 금융권 유동성 경색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긴급 자금 수혈에 나선 바 있다.
살림 코카르 아부다비은행 펀드매니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사우디의 실물경제는 점차 악화되고 있다”며 “상당수의 종목이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에 거래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매도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증시는 12개월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10.8배의 밸류에이션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7개월래 최저치에 해당한다. 또 이는 MSCI 이머징마켓 지수의 밸류에이션 12.5배를 상당폭 밑도는 수치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패닉 매도에 나선 것으로 진단했다. 재정 긴축과 성장률 둔화에 따른 충격이 투매를 야기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이날 OPEC 회담의 합의가 사우디 증시에 상승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OPEC은 원유 생산량을 현행 하루 3324만배럴에서 3250만배러로 감축하는 방안에 합의를 이뤘다. OPEC 회원국들은 이 같은 방안을 11월 열리는 공식 회담에서 추가로 논의, 각국의 산유량을 구체적으로 확정하기로 했다.
국제 유가는 큰 폭으로 뛰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5.3% 랠리하며 배럴당 47.05달러에 거래됐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