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보람 기자]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3년 임기가 오늘로 끝난다. 차기 이사장은 최 이사장이 마무리 못한 거래소의 지배구조 개편 이슈, 그리고 '낙하산 인사' 논란에 따른 내부 갈등 봉합 등 과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1년 넘게 '제자리걸음'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부터 지배구조 개편, IPO까지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0월 1일 선임된 최경수 이사장의 임기가 30일 만료된다. 후임에는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사실상 내정된 상태다. 신임 이사장의 우선 과제는 최 이사장이 추진해 왔던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 및 기업공개(IPO) 등 지배구조 개편 등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신임 거래소 이사장의 가장 큰 과제는 지주회사 전환 마무리 작업"이라며 "금융위 등 정부에서 거래소 지배구조 전환을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신임 이사장이 오더라도 이를 완전히 뒤집고 새로운 정책을 내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와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거래소 지배구조를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상장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추진해 왔다.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파생상품시장, 시장감시위원회 등을 각각 자회사로 분리해 전문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선 먼저 거래소의 업무 등을 규정한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법)을 개정해야 한다. 지난해 9월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이 해당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거래소 본점 소재지 명시 여부를 두고 여야간 갈등이 불거졌다. 결국 법안은 19대 국회 폐회와 함께 소멸됐다. 이어 올해 20대 국회는 이 의원을 비롯한 의원 22명을 중심으로 지난 7월 자본법 개정안을 재차 발의했다.
사실 금융투자업계선 최 이사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쳐 왔다. 금융당국이 거래소의 지배구조 개편에 적극 나서온 만큼, 그동안 법 개정에 힘써온 최 이사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내에 법 개정을 끝마치고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최근 미묘한 상황 변화와 함께 최 이사장이 이달초 거래소 신임 이사장 후보 공모에 불참하며 연임이 불가능해졌다. 때문에 올해초 자본법 개정안 통과를 전제로 지배구조 개편을 바탕으로 사업계획을 꾸렸던 거래소 내부에서도 당혹감이 흘러나왔다.
물론 일각에선 신임 이사장으로 내정된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이 최 이사장을 이어 법 통과에 매진할 것이며 통과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는 기대 분위기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거래소측 한 관계자는 "거래소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를 속 시원히 해결할 수 있는 능력있는 사람이 후임으로 와야한다"며 "정 전 부위원장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임명됐을 때부터 함께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과 IPO 등을 논의해 온 분으로 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실제 그가 이사장을 맡게 되면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 단계인 정무위원회 법안소위 통과 가능성이 오히려 낮아질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그동안 야당이 정 전 부위원장의 이사장 선임을 강력하게 반대해 온 만큼 관련 법안 통과에도 미온적인 반응을 나타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끊이지 않는 '낙하산' 논란…노조와의 갈등 봉합도 과제
끊이지 않는 '낙하산' 인사 오명을 씻고 내부 갈등을 잠재울 수 있을 지 여부도 관심사다.
앞서 거래소 신임 이사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후추위)는 신임 이사장 후보에 공모한 4~5명의 후보들 가운데 정 전 부위원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거래소는 30일 오후 4시 주주총회를 열고 그를 신임 거래소 이사장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22일 한국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원장을 신임 이사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사진=뉴시스> |
최근 거래소 노조는 이번 인사를 '낙하산 인사', '관피아'라고 비판하며 열흘째 서울 여의도 거래소 사옥 1층에 천막을 치고 농성중이다.
또 지난 22일 정 전 부위원장이 선임될 경우를 대비해 총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 찬성 92%로 총파업을 결의했다. 이에 거래소 노조는 차기 이사장 선임을 앞둔 30일 오후 2시부터 서울과 부산 거래소 사옥에서 각각 부분파업에 돌입키로 지난 29일 결정했다.
이동기 노조위원장은 "조합원들의 부분 파업에도 사측이 이사장 선임을 강행한다면 주총장 진입 등 다양한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여러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실제 정 전 부위원장이 이사장으로 임명될 경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부의 막바지 '자리챙겨주기' 논란도 피해가기 어려운 숙제다. 이미 주요 인사가 외부에서 영입된 전례가 있는데다 정치권도 이미 낙하산 인사 비판에 가세하고 있다.
거래소는 지난 7월에도 이은태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유가증권시장본부장(부이사장)으로 선임, 노조로부터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거세게 받았다. 당시 노조는 이 부이사장의 출근을 저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조달청장과 당시 정부의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을 거쳐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최 이사장 선임시에도 노조의 반발은 있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22일 논평을 통해 "한국거래소의 이번 이사장 선임은 후보자의 자질 측면에서 뿐 아니라 향후 금융기관장 낙하산 인사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