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져들 여지가 높아졌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이 경고했다. 또 이머징마켓보다 선진국의 성장 저하가 보다 근본적인 리스크라는 지적이다. 신흥국이 탄탄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선진국의 하강 기류가 이를 상쇄하고 있다는 얘기다.
세계 2위 경제국인 중국의 경우 단기적인 불확실성보다 중장기적인 리스크가 더욱 커다란 문제라는 지적과 함께 미국 인플레이션이 연방준비제도(Fed)의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미국 수입 항만 <출처=블룸버그> |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연차총회가 열리는 가운데 모리스 옵스펠드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경제의 성장이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지만 이 같은 일이 현실화될 리스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세계 경제가 구조적인 불황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극단적으로 높은 것은 아니지만 그 가능성이 열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새로운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IMF는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 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8%에서 1.6%로 낮춰 잡았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인 2.1%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또 글로벌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제시했던 3.2%에서 3.1%로 낮춰 잡았다.
옵스펠드 이코노미스트는 실물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및 구조적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간에 걸친 성장 부진이 임금 상승을 가로막아 피부로 느끼는 경기 한파가 거셀 것이라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때 결말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이상적인 시나리오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옵스펠드 이코노미스트는 저성장으로 말미암아 투자 저하와 생산성 상승률 하락 및 고용 시장 둔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세계 경제에서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이들 지역이 글로벌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그는 판단했다.
중국 경제 성장률은 올해 6.6%를 기록한 뒤 내년 6.2%로 하락, 성장 후퇴가 지속될 전망이다. 과잉 설비와 과도한 부채 등 구조적 문제가 중국의 단기 전망은 물론이고 중장기 성장에 흠집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 옵스펠드 이코노미스트의 주장이다.
그는 장기적인 실물경제 저하가 전세계 곳곳에 정치적 마찰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IMF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앞으로 수개월 이내 금리인상을 단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플레이션이 연준 정책자들의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IMF는 미국 소비자물가가 내년 2.3%까지 상승해 연준의 목표치인 2.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이는 연준의 예상보다 1년 앞서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연준이 금리인상에 나서야 할 시점이지만 이머징마켓이 미국의 갑작스러운 긴축을 견딜 만큼 충분한 저항력을 갖추지 못한 실정이라고 IMF는 진단했다.
IMF는 연준이 점진적인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행, 내년 연방기금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뒤 이후 완만한 금리인상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