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이홍규 기자] 자체 신규 스마트폰과 스마트 스피커 등을 선보인 구글이 애플의 아이폰이나 아마존의 에코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유통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구글은 충분한 '위협'이 될 수 있지만, 사실상 고객과 접점을 이룰 수 있는 유통 전략이 부재해 이를 개선하지 않고는 힘들다는 것이다
5일 자 블룸버그통신은 구글의 유통 사업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 "구글은 힘겹고 계획에만 그친 유통 전략의 역사를 갖고 있다"며 "이제 알파벳은 제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려는 노력을 (제품 개발에 들였던 노력처럼) 동일하게 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 애플은 전 세계에 자체 매장 보유
<사진=블룸버그통신> |
이전의 '넥서스'와 다르게 구글이 직접 개발에 나서 선보인 픽셀폰은 미국의 통신사인 버라이즌과 유통업체 베스트 바이 그리고 구글의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 독일과 인도를 포함한 해외에는 소수의 통신 업자와 유통 업체만이 구글과 협력하고 있다.
이렇게 구글의 제품 판매 경로는 온라인을 제외하고 다른 유통 업체를 통한다. 이번 신제품 공개에서 업계의 관심을 끈 홈(Home)도 월마트, 타겟 등을 통해 판매된다.
하지만 구글이 좋은 제품을 선보여도 고객이 직접 체험할 수 없고 이에 따른 현장 피드백이 없으면 고객 확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구글과 반대로 경쟁사 애플은 제품을 전시하고 체험을 제공하는 자체 매장이 전 세계적으로 널려있다.
UBS의 에릭 셰리던 분석가와 포레스터 리서치의 토마스 위송 애널리스트는 "(구글 제품이) 널리 수용되려면, 브랜드, 마케팅, 배급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소수의 유통업자와 통신사와 협력만 해서는 안된다. 구글은 고객 서비스를 비롯, 더 많은 유통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글의 유통 전략은 업계 안팎에서 회사의 맹점으로 지목돼왔다. 지난 2010년 넥서스 폰 출시 당시에도 구글은 온라인 판매만 계획했다. 그 결과 판매량은 2만대에 그쳤고 이후 2014년 계획했던 '안드로이드 실버'는 통신사, 유통업체와 마케팅 자금 확보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출시가 보류됐다.
당시 구글의 유통 담당 임원이었던 니케시 아로라는 구글의 이 같은 계획에 "쓸데없는 짓"이라고 말했다.
◆ 반품 등 사후 서비스도 맹점
반품 등 사후 서비스 부문에서도 경험이 부족하다. 일부 통신사는 이를 이유로 협력을 꺼리기도 했다.
한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초 구글은 새 스마트폰 출시를 위해 통신사들과 파트너십 관계를 시도했으나 일부 통신사들이 구글의 반품과 기술적 지원 문제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구글은 스마트폰 하드웨어 사업을 책임질 준비가 안됐다"고 말했다.
구글은 발표회에서 이런 업계 안팎의 지적에 대해 "경영진들은 각 스마트폰 세대에서 경험과 역량을 얻으며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픽셀 스마트폰에는 채팅을 통해 고객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능이 탑재돼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구글이 유통 전략과 고객 서비스를 개선할 경우 과거 애플이 누렸던 것 못지 않게 소비자들 사이에서 지속적인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브라이언 블라우 분석가는 "구글이 어시스턴트 기능에 의존하는 수 백만명의 소비자를 얻을 수 있다면, 애플 제품과 경쟁할 수 있다"며 "인공지능 어시스턴트는 애플이 지난 몇 년간 누려왔던 그 무언가를 구글에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