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지유 기자] 모뉴엘에 이어 온코퍼레이션 사기대출까지 막아낸 우리은행의 '전문심사역제도'가 주목을 받고 있다. 순환보직없이 심사역으로 전문성을 오랫동안 키울 수 있는 데다 마스터심사역이 되면 임금피크제에서 제외하는 인센티브로 반응이 좋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프로심사역과 마스터심사역이란 기업여신 전문심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3년 관련 테스크포스(TF)를 가동해 올해 7월 프로심사역 12명을 첫 선발했다. 마스터심사역은 아직 배출되지 않은 상태다.
전문심사역은 심사역 중에서 역량이 우수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선발한다. 전문심사역이 되면 특별한 결격사유가 생기지 않는 한 인사이동 없이 심사역으로 근무한다. 특히 프로심사역에서 마스터심사역이 되면 승진우대는 물론, 만55세부터 적용되는 임금피크제에서 제외하는 혜택을 준다.
우리은행 여신정책부 관계자는 "심사역이 된다고 해도 인사이동에 따라 영업점에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 제도를 통해 전문성을 키울 수 있다"며 "반대로 심사역만 계속 하다 보면 승진이 잘 안되는데 마스터심사역에 각종 우대를 해 주면서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본점 <사진=뉴스핌DB> |
◆"매출 급증 이상한데"…온코퍼레이션에 추가 여신 거절
우리은행 전문심사역제도는 최근 '온코퍼레이션 보증손실'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중소 TV제조업체인 온코퍼레이션 파산 위기로 KEB하나은행과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등이 약 1700억원을 물리게 됐다. 이들은 온코퍼레이션이 무역보험공사의 단기수출보험(ETF) 보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온코퍼레이션의 파산에 따른 피해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런 사태에 이름이 거론된 점은 불명예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도 온코퍼레이션에 대한 여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말 기준 외화여신 포함 총 25억원의 여신 거래가 있었다. 이 업체는 생수사업을 새로 추진한다며 지난해 4월 150만달러 매입외환 여신을 추가로 요청했다. 그러나 대기업심사부 소속 이군락 심사역은 재무재표상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증한 점, 생산 TV가 미국으로 판매되는 점 등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이후 심사반합의체, 심사역협의체 등의 토론을 거쳐 여신을 거절했다.
이후 온코퍼레이션은 우리은행과 기존 25억원의 여신 거래를 끊고 타행으로 옮겨 갔다. 신규 여신을 거절한지 약 1년6개월 뒤 온코퍼레이션은 재정위기를 겪으며 파산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이군락 심사역은 "프로심사역과 마스터심사역이 심사역 중에서는 가장 좋은 지위이기 떄문에 당연히 도전해야 한다"며 "프로심사역에 걸맞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지유 기자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