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정부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에 긴급조정권을 발동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노조가 올들어 24일 파업했고, 현대차 파업 사상 최대 규모의 생산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외에 협력사 등 산업 피해도 불어나고 있다.
7일 현대차와 노동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현대차 노조에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
긴급조정권은 근로자들이 쟁위 행위 등 단체행동권을 지나치게 행사한다고 판단될 경우, 정부가 이를 제한할 수 있는 권리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긴급조정권 발동을 결정할 수 있고, 발동 시 헌법상 보장된 파업이 제한되는 것이다.
앞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정부는 조속한 시일 내에 현대차 노사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파업이 지속된다면, 우리 경제와 국민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법과 제도에 마련된 모든 방안을 강구해 파업이 조기에 마무리 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 관계자는 이와 관련, “예전 사례 및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언제부터 (긴급조정권을 발동)하겠다고 하면 그 때부터 파업할 수 없다. 불법 파업이 된다”고 말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중앙노동위원회는 파업 해결을 위한 조정에 나선다. 조정은 15일간 계속되며 이러한 조정에도 파업이 조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경우, 직권중재를 통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개시된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993년 파업 시 긴급조정권이 발동돼 파업을 중단했다. 당시 파업 피해 규모는 생산 차질 5만4000여대 및 4000억원 손실을 보게 됐다. 또 2005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 및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과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등 총 4회 긴급조정권이 발동됐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사진=뉴시스> |
올해 7월부터 시작된 현대차 노조 파업으로 인해 천문학적인 피해가 생겨나고 있다.
현대차는 생산 차질 13만1000여대에 2조9000여억원의 생산 차질을 빚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완성차의 협력사 단체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집계 결과, 올해 파업 기간 동안만 1차 협력사의 손실이 1조4000억원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2·3차 중소 및 영세 협력사의 피해까지 더하면 피해 규모는 막대하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8월 24일 ▲기본급 5만8000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350% + 330만원▲재래시장상품권 20만원 ▲주식 10주 지급 등을 골자로 하는 잠정안을 도출했으나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78%의 반대로 부결됐다.
부결 이후, 노사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지난달 27일 재교섭에서 기본급을 7만원으로 인상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주간연속 2교대제 10만 포인트를 지급하는 추가안을 냈으나 노조는 전면 파업과 부분 파업으로 답했다. 이달 4일에도 재교섭에 나선 사측을 노조는 거부했다.
노조는 오는 11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소집해 향후 파업 계획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현대차 노조를 포함한 민주노총은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면 총파업으로 맞서기로 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