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세원 기자] 중국 P2P 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며 미국과 유럽이 견인해온 P2P 시장의 새로운 리더로 부상했다. 아직까지는 발전 초기 단계로 개선이 시급한 문제도 산적해 있지만 정책적 규범이 개선되면서 시장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중국 P2P 시장 초고속 성장, 우량업체도 '우후죽순'
P2P 대출이란 온라인 플랫폼에 기반한 개인간 직접적인 금융 거래를 의미한다.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 자금을 모아 대출을 원하는 사람에게 일정 기간 동안 이자를 받고 자금을 지원한다.
중국은 금융 후진국임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인터넷 인프라를 기반으로 핀테크 분야에서 유독 강세를 보였다. 실제 P2P 시장의 경우도, 2005년 3월 영국 내 세계 최초 P2P업체 조파(ZOPA)가 탄생된 지 2년만에 파이파이다이(拍拍貸) 등 다수의 현지 업체를 배출하며 글로벌 P2P 시장을 주도했다.
중국 최초의 P2P업체 파이파이다이를 비롯해 후발업체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중국 P2P 정보 플랫폼 왕다이즈자(網貸之家)에 따르면 8월 기준 중국 100대 P2P 플랫폼 중 파이파이다이는 누적 거래액 204억위안(약 3조3900억원)으로 5위를 기록했다. 그 외에 훙링(紅嶺創投), 런런다이(人人貸), 루진쒀(陸金所) 및 웨이다이왕(微貸網) 등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하며 상위권에 포진, 산업 발전을 주도했다.
이 중 루진쒀(陸金所)는 중국 보험업계 2위 중궈핑안(中國平安, 중국평안)의 P2P 융자플랫폼이다. 올해 상반기 루진쒀의 누적 고객은 2342만명이며 총 거래규모는 3조2천억위안(약530억원)에 달한다. 루진쒀는 설립된지 이제 겨우 5년이 된 신생기업이나 단기간 내 비약적 성장을 한 결과 지금은 중국 IT 공룡 알리바바의 자회사 마이진푸(螞蟻金服, 앤트파이낸셜)와 함께 중국 2대 P2P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작년 12월에는 이런다이(宜人貸, YRD)가 중국 P2P업체로는 최초로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해 화제가 됐다. 이런다이는 중국 신용서비스 기업인 이신그룹(宜信集團)를 모회사로 두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액은 2억900만달러(약 2330억원), 순이익은 4380만달러(약 490억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1억9500만달러(약 2200억원), 순이익은 5900만달러(약 660억원)로 작년 연간 순이익을 훌쩍 뛰어넘었다.
중국 내 경쟁력을 갖춘 P2P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가운데 시장 수요도 급속도로 팽창했다. 중국의 P2P 대출잔액은 2013년 말 270억위안에서 3년여만에 35배 이상 껑충 뛰었다. 지난 9월 중국의 P2P 대출잔액은 전년동기대비 무려 154% 증가한 9565억위안(약 159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진=바이두(百度)> |
◆ 급증하는 부실업체로 '골머리'
중국의 P2P 시장은 단기간 내 폭발적 성장을 거듭하며 다수의 우량기업을 배출했지만 동시에 불량·부실기업도 급증했다.
중국 P2P 정보 플랫폼 왕다이즈자에 따르면 8월 기준 중국 내 부실 P2P 플랫폼 수는 2041개로 정상 운영 중인 P2P 플랫폼 2235개에 근접한 수준까지 증가했다.
중국 부실 P2P 플랫폼은 특히 2011년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는데 그 중에서도 e쭈바오(e租寶) 사건은 중국 P2P 시장 발전에 경고음을 울린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말 중국 주요 P2P 금융 플랫폼으로 꼽히던 e쭈바오(e租寶)는 다단계 사기 사건으로 적발됐다. e쭈바오는 다양한 투자 프로젝트와 ‘연 보장수익률 최고 14.6%’라는 말로 투자자들을 현혹해 대규모 자금을 유치했고 신규 자금으로 기존 투자자 수익금을 돌려막았다. 당시 피해자 수만 90만명으로 피해 규모도 500억위안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e쭈바오 자체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 e쭈바오의 거래액은 80억위안(약 1조3300억원)에서 사건이 터지기 직전인 12월 745억위안(약 12조4000억원)으로 900% 이상 증가했으며 거래 고객 수도 500여만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중국 내 왠만한 중소형 민영 은행과 맞먹는 것으로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였을지 가늠케 한다.
◆ P2P 관리감독 강화로 건전한 생태계 조성
부실업체 급증으로 피해 사례가 늘어나면서 중국 정부는 관련 규정 정비에 나서기 시작했다. 2014년까지 중국에서는 P2P 관련 규정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지만 은감회(중국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관리감독 시스템이 구축되기 시작했으며 상하이, 선전, 충칭 등 지방차원에서의 P2P 관리감독 방안도 연이어 발표됐다.
특히 은감회는 2014년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진입문턱, 대출 한도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한 P2P규제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발표된 방안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P2P업체를 통해 개인은 최대 100만위안까지 대출 받을 수 있으며 한 업체에서는 20만위안까지 대출 가능하다. 기업은 업체 당 100만위안으로 총 500만위안까지 대출 가능하다.
최근 몇년간 중국 P2P 관련 불미스러운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 게 사실이지만 정부 차원에서의 핀테크 산업 육성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장기적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높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6일 중국 유력 경제 매체 21스지징지바오다오는 업계 한 전문가의 인터뷰를 인용해 "옥석가리기를 통한 부실 기업의 퇴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 건전한 P2P 생태계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원 기자 (mshwangs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