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경제가 과거 3% 성장했던 시대를 다시 경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3일부터 미국 워싱턴DC에서 진행중인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2016년 연차 총회에서 구조적 요인에 따른 미국의 생산성 저하 문제가 주요 논제로 다뤄졌다. 하지만 이에 대한 뚜렷한 해법은 제시되지 않았다.
왼쪽부터 세미나 진행자 샘 플레밍 파이낸셜타임즈(FT) 기자와 마틴 베일리 브루킹스 연구소 이코노미스트, 캐런 다이넌 미국 재무부 이코노미스트, 존 홀티웨인저 메릴랜드 대학 교수 <사진=뉴스핌> |
8일(현지시각) IMF 본부에서 다양한 분야의 석학들로 구성된 패널 토론에서 미국 경제가 구조적인 저성장의 덫에 빠졌고, 경기순응적인 통화정책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과거의 고성장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왔다.
올해 상반기 미국 경제는 1%를 간신히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했고, 생산성 증가율은 이미 2010년 이후 1% 아래로 떨어진 상황이다.
이날 패널들은 인구 고령화부터 급진적인 IT 기술의 혁신까지 다양한 각도에서 생산성 및 성장률 저하의 원인을 분석했다.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여성 인력의 노동 참여율 저하, 금융업을 중심으로 한 주요 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 등이 생산성 향상을 근본적으로 가로막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IT 기술의 혁신 역시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새로운 IT 기술이 기업의 자본 투자와 고용의 필요성을 크게 떨어뜨리면서 노동 생산성을 낮추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기술 혁신의 쏠림 현상도 미국 경제 전반에 걸친 생산성 저하와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마틴 베일리 브루킹스 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IT 업계를 중심으로 승자독식의 시장 구조가 자리잡았고, 소수의 성공적인 기업 이외 다수의 기업들이 패자로 전락하는 상황”이라며 “IT 혁신이 생산성을 오히려 해치는 역설적인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과거 미국 정부가 신흥국에 조언을 제공했던 사안들과 씨름하는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존 홀티웨인저 메릴랜드 대학 교수는 “노동시장의 개혁과 제조업 혁신, 신용 회복 그리고 장벽의 해소까지 과거 미국이 해결책을 제공했던 신흥국의 문제에 미국 스스로 빠져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캐런 다이넌 미국 재무부 이코노미스트는 “여성 인력의 노동 참여 증가율이 대폭 떨어졌다”며 “이를 포함해 인구구조 측면의 요인이 생산성 둔화와 크게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저성장과 저생산성, 노동참여율 저하와 비즈니스 다이나믹의 위축까지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해법으로 금융 규제 완화를 통한 소기업 창업의 활성화가 제시됐다.
홀티웨인저 교수는 “교육 수준이 낮은 젊은 층의 커리어 개발 기회가 현격하게 좁아졌고, 이들의 노동 참여율이 특히 낮다”며 “여신 규제를 완화해 소기업 창업을 장려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