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뉴스핌 정경환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재정 늘리라고 했다고? 글쎄, 여기 모셔서 물어보면 그게 아니라고 할 걸."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은의 재정 확대 주문과 관련, "그럴 리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총재의 재정 역할 강화 주문에 대해 한 마디로 일축한 것.
앞서 이 총재는 하루 전인 7일 마찬가지로 미국 워싱턴 D.C.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정책 여력이 더 크다"며 "경기 부진 대응에 재정이 더 많은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월 오찬회동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
유 부총리는 "결과적으로는 재정여력이 있죠.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낮은 나라니까"라며 "그래서 이미 확장적으로 하고 있지 않나"고 반문했다.
이어 "'그정도 확장적이어서 되겠나, 더 화끈하게 해라' 이런 얘기겠지"라며 "근데 더 화끈하게 하기엔 룸(여지)이 별로 없다. 왜냐면 재정적자도 걱정을 해야 하니까"라고 언급했다.
재정정책은 이미 할 만큼 다 했다는 주장이다.
유 부총리는 "재정 정책은 쓸만큼 다 썼다"며 "추경도 했고 본예산도 확장적으로 편성해서 제출했고, 부분적이긴 하지만 재정 보강 10조 하겠다는 것도 이미 발표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꼭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뜻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한 한 외신의 보도 역시 내용 전달이 잘못됐다는 해명이다.
유 부총리는 "통화도 화답해야 하느냐, 그건 내가 할 얘기 아니다"면서 "항상 그렇듯 한은 금통위에서 결정할 문제지 내가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나라 금리가 마이너스(-)인데, 우린 1.25%니까 인하할 여지가 있는 거죠'라는 질문에 '그런 식으로 따지면 인하할 여지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거 아니냐"며 "앞 말을 쏙 빼고, '여지가 있다'는 말만 썼더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총재와 만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유 부총리는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며 "둘이 자주 만나면 오히려 기사가 안 될테니 (만남을)정례화 하는 게 어떠냐는 얘기도 해봤는데, 둘 다 바빠서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재정과 통화의)폴리시믹스(정책조합) 몇 점 줄 수 있나'고 묻자, "100점이지 뭐. 서로 협조 잘된다고 생각하지 않나"며 웃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