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부터 일본, 러시아까지 글로벌 기업들이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가능성에 본격적으로 대응하는 움직임이다.
영국 인력의 대규모 감원은 물론이고 자산 이전을 포함한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발표가 꼬리를 물고 있다.
런던 금융권 <출처=블룸버그> |
EU의 단일시장에서 탈퇴할 경우 15년 후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9.5% 줄어들 것이라는 경고가 영국 정부 내에서 나온 가운데 해외 기업들이 이미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11일(현지시각) 일본 IT 장비 서비스 업체 후지쯔는 영국 직원을 최대 1800명 감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시장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한편 소비자 욕구를 보다 신속하게 충족시키고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영국이 EU의 단일시장에서 발을 빼는 ‘하드 브렉시트’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제기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을 내렸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영국 사업 부문의 노조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해 8560만파운드의 이익을 창출한 사업 부문에서 대규모 감원을 실시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이번 감원 계획이 영국 경제에 명백한 악재라고 강조했다.
미국 투자은행(IB)도 모간 스탠리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날 회사 측은 영국이 유럽의 단일시장 접근권을 상실할 경우 인력은 물론이고 대규모 자산을 런던에서 유럽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간 스탠리의 유럽 헤드인 로버트 루니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영국이 유럽 단일시장에서 탈퇴하게 되면 상당 규모의 감원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런던 사업 부문의 효율성이 대폭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로이즈 뱅킹의 존 넬슨 회장 역시 하드 브렉시트가 가시화될 경우 런던을 떠나는 것 이외에 다른 해결책이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시장 접근이 막히는 상황에 비즈니스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러시아의 VTB 뱅크 역시 런던에서 발을 뺄 움직임이다. 은행 측은 프랑크푸르트와 파리, 비엔나 등을 놓고 영국 사업 부문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하드 브렉시트의 여지가 높아지는 만큼 런던을 거점으로 한 비즈니스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씨티그룹의 영국 헤드인 제임스 바드릭 역시 이르면 내년 초 런던의 인력을 유럽 다른 지역으로 이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유럽 단일시장 잔류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 비즈니스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유럽 최대 사모펀드인 악사 프라이빗 에퀴티의 도미니크 세네퀴에 대표는 WSJ과 인터뷰에서 “영국과 EU 회원국의 브렉시트 협상이 양측의 거리를 예상보다 크게 벌려 놓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내부에서도 하드 브렉시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더 타임스>가 입수한 정부 내부 자료에서 한 해 811억달러의 정부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진단이 공개된 데 이어 이날 런던의 사디크 칸 시장은 하드 브렉시트가 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