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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성수 기자] 영국 파운드화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안갯속에 놓여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2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과 브렉시트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의회의 승인을 밟는 절차를 갖기로 하면서 파운드화가 반등했지만, 향후 상승세를 장담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13일 국제금융센터(KCIF)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의 파운드/달러 1년 전망은 최근 급락 사태를 고려하면 1.30달러 대로 회복 전망과 1.10달러 선으로 하락 예상이 크게 엇갈려 있다. 최근 환율이 급락하기 전이라면 대부분 파운드화 전망은 잘해야 보합 내지 약세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 파운드/달러 급락.. 현재로선 회복 전망 다수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와 BNP파리바, ING 그리고 JP모간 등은 파운드/달러가 내년 3분기 말까지 1.32~1.39달러 선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대로 HSBC와 도이체방크 등은 1년 내에 1.12~1.18달러 선까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 골드만삭스는 내년 1분기까지 1.20달러를 시험한 뒤 1.25달러로 회복을 시도할 것이란 입장.
현재로선 반등 전망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미국 금리인상이 예정된 데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같이 단기 반등을 가로막는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는 평가다.
영국 메이 총리는 의회가 '브렉시트를 저지하거나 정부의 협상 권한을 흔드는 어떤 시도도 있어선 안 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의회가 갖게 된 승인권이 브렉시트 자체를 막는 수단으로 이용되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결국 영국의 강경한 '하드 브렉시트'가 잠시 완화된 것일 뿐, 브렉시트라는 결과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한국시간 기준 13일 오후 1시 32분 현재 파운드/달러 환율은 뉴욕장 대비 0.17% 하락한 1.218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5년간 파운드/달러 환율 추이 <사진=블룸버그통신> |
◆ 미 금리인상 등 약세 재료 '다수'
조던 로체스터 노무라증권 소속 외환분석가는 영국 가디언지와 인터뷰에서 파운드화가 향후 몇주 동안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 협상안을 검토할 권리를 갖게 됐지만, 정부에 자세한 계획을 발표하도록 요구하거나 정부의 기존 입장(스탠스)을 바꾸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캐슬린 브룩스 씨티인덱스 조사담당 이사는 "영국이 가게 될 방향은 결국 메이 총리와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투자자들도 이들의 행보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내외적으로 미국 달러화 강세에 무게가 실리는 것도 파운드화 반등을 가로막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율이 뒷걸음질치고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12월 금리인상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모두 달러 강세와 파운드화의 상대적 약세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브룩스 디렉터는 "브렉시트 협상은 파운드화 약세를 초래하는 여러 재료들 중 하나일 뿐"이라며 "영란은행(BOE)은 저금리를 유지하는 반면, 엔화와 달러 등 주요 통화들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BOE가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영국 내 저임금 가계의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 장관이 발언할 때마다 파운드화 값이 하락한다"며 "그는 강경한 브렉시트 지지자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간밤 파운드화 반등이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닐 윌슨 ETX 캐피탈 시장 애널리스트는 "파운드화 반등은 폭락 이후의 일시적 반등(dead-cat bounce)으로 보인다"며 "달러대비 파운드화 값이 1.20달러로 떨어지기에 앞서 잠시 하락세가 멈춘 것 뿐"이라고 말했다.
◆ 파운드화, 단기 반등 예상.. 정치적 불확실성은 '암초'
파운드화가 단기적으로 반등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모간스탠리의 한스 레데커 통화 전략 부문 책임자는 B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영국 정부의 수사(레토릭)이 크게 (완화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초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가 지체되지 않도록 의회 표결을 거치지 않고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이제는 의회의 사전 승인을 요구하는 노동당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레데커 전략가는 "파운드화는 지난 몇주간 하드 브렉시트 우려로 신흥국 통화 수준으로 추락했다"며 "영국 정부는 시장 안정화를 다시금 도모하려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 역시도 파운드화의 장기적인 반등을 확신하지는 못했다. 레데커는 "메이 총리와 보수당은 EU와의 결별을 확실히 하는 과정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국은 내년 3월 말까지 EU 탈퇴 공식 절차를 담은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기도 전에 이미 많은 것을 포기했고, EU는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고 있다"며 "파운드화의 반등은 결국 제한적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으며 나중에는 하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휴슨 CMC마켓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파운드화의 바닥을 점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매우 어렵다"며 "영국과 EU가 각자의 입장을 내놓는 과정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료=로이터, 뉴스핌> |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