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서울 신규 시내면세점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면세점업계가 서울 송파구의 탄천 주차장을 두고 뜬금없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에 면세점 특허권에 도전한 현대백화점그룹이 탄천주차장을 포함한 주차장 확보안을 발표하자, 경쟁사에서 반발하고 나선 것. 공영주차장인 탄천주차장을 왜 면세점 주차장 확보로 표현했느냐는 것이 논란의 발단이지만, 그 이면에는 조금이라도 뒤질 수 없다는 시내 면세점의 경쟁구도가 자리하고 있다.
19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신경전의 발단은 현대백화점이 지난 17일 발표한 ‘대형버스 교통개선 대책’에서 비롯됐다.
서울 탄천주차장.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당시 현대백화점은 신규면세점 부지인 현대백화점 코엑스점에 대형버스 459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자체 주차장 59대와 인근의 탄천주차장 400대를 더한 수치다.
현대백화점 측은 “서울시내 면세점 주변에 불법 주·정차로 인한 주변 교통체증이 사회 문제로까지 부각되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한 교통영향평가를 사전에 진행해 총 459면의 대형버스 주차장을 확보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이런 발표에 경쟁사들이 일제히 반박하고 나섰다.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은 아니나, 불편한 내색을 노골적으로 내비치고 있는 것. 현대백화점이 확보했다는 459대의 주차공간 중, 400대의 탄천주차장이 포함됐다는 점 때문이다.
탄천주차장은 탄천을 경계로 강남구와 송파구가 관리하는 공영주차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왜 현대백화점이 공영주차장을 독점적으로 확보한 것처럼 발표했는지 모르겠다”며 “현재 이 공영주차장은 롯데면세점 코엑스점도 주차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경쟁사 중 가장 속내가 불편한 것은 HDC신라면세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HDC신라면세점도 최근 탄천주차장을 신규 시내면세점 주차공간으로 활용하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바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같은 삼성동의 경쟁자인 HDC신라면세점의 경우에도 탄천주차장을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아는데, 이같은 현대백화점의 발표에 상당히 당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독점이 아니라 만약의 경우 자체 주차시설이 모자를 경우 탄천주차장을 사용하겠다는 의미”라며 “강남구시설관리공단과 송파구시설관리공단과 양해각서(MOU)를 통해 버스 출입관리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사실 이번 논란은 탄천주차장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확보’라고 표현하면서 비롯된 해프닝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는 달리 말하면 현재 시내면세점이 표현 하나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정도로 초긴장 상태라는 이야기다. 특히 신규 시내면세점의 ‘주차공간’ 문제는 당락을 가를 주요 점수 요인. 현재 신규 시내면세점에 의향서를 제출한 5개 기업 중에서 주차·교통문제에 자유로운 것은 도심 밖에 있는 워커힐면세점 정도다.
심지어 이미 200여대 버스 주차 면적을 확보, 운영한 경험이 있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조차 잠실 인근 교통체증에는 고민이 적지 않다.
신규 시내면세점의 경우는 더 심하다. HDC신라면세점의 신규 시내면세점 부지인 삼성동 아이파크타워 경우 자체 주차장 없이 탄천주차장에 상당부분 버스 주차를 의존해야하고, 신세계면세점의 신규 시내면세점 부지인 반포동 센트럴시티의 경우 주차·교통체증 문제 해결이 요원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차와 교통난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따라 당락이 갈릴 수 있다”며 “신경전은 사업계획서에 대한 심사시점인 연말이 다가올수록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