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백현지 기자] #. 청담동 주식부자로 알려졌지만 사기혐의로 구속된 이희진(미라클인베스트먼트 대표)은 유료회원(평생회원 가입비 1500만원)을 상대로 수백억원대 사기행각을 벌였다. 대표적으로 올리패스 기술수출계약 파기 정보를 입수했음에도 주당 16만원 수준으로 회원들에게 물량을 떠넘겼다. 이후 정보가 공개되면서 주가는 4만원 수준으로 폭락했다.
주권계약 위반 사례도 있다. 이희진은 삼성SDS 상장을 앞두고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회원들로부터 주식매수 대금을 입금받았지만 장외시장에서 주가가 급등하자 계약 파기 후 원금만을 반환하기도 했다.
일명 청담동 주식부자 사건으로 세간에 알려진 비상장주 사기사건이후 비상장주 거래가 제도권으로 전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제도권 등장에 앞서 관련제도 정비가 우선이란 지적이다. 예컨대 제도권 비상장주식 플랫폼인 K-OTC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양도세 감면 등 세제혜택뿐 아니라 비상장기업의 공시의무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 공시부담 낮추면 K-OTC 기업 확대 가능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K-OTC에서 거래되는 주식은 총 138개에 불과하다. 사설 장외사이트를 통해 거래되는 비상장주가 약 1400개임을 감안하면 10% 수준. 일평균 거래대금도 16억원에 그친다.
K-OTC가 아닌 장외에서 거래되고 있는 기업들 중에는 소액주주가 1000명 이상인 동시에 매출이 꾸준히 발생하는 기업들이 상당수 있다. 매출액이 5조원이 넘는 현대엔지니어링은 소액주주만 1200명이 넘고, LG CNS 역시 1500여명으로 다수의 소액주주들에게 주식이 분산돼 있다.
다만 이들 기업 대부분은 K-OTC를 선호하지 않는다. 예컨대 K-OTC시장에서 비상장 주식을 팔면 자본시장법상 '매출'에 해당한다. 지분 1%, 또는 3억원 이상 소유주주의 매출은 건별로 개시 3일전까지 금융감독원 및 금융투자협회에 매출신고서 제출 등의 의무가 생긴다.
하지만 회사 측이 일반주주의 매도행위를 사전에 파악하기 힘든데다 소액출자자가 아닌 투자자의 매도건마다 발행공시를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 결국 발행공시의무(증권신고서 또는 소액공모공시서류)에 대한 부담이 이들의 K-OTC행을 가로막고 있다는 얘기다.
코스닥 상장을 준비중인 한 비상장기업 대표는 "제가 보유한 주식 일부를 투자자 한명에게 넘겼지만 이후 지분이 쪼개지면서 200명 이상 개인투자자에게 흘러갔다"며 "지금 어디서 어떻게 매매되는지도 모르데 K-OTC로 가게되면 이를 공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K-OTC에서의 매도를 자본시장법상 '매출'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
다른 방법도 있다. 예컨대 주주 수 500인 이상 기업에 대해 공모기업으로 간주하고 의무적으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게 하는 등 기업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한재영 금융투자협회 K-OTC부장은 "새로운 공시 의무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거나 공시의무를 기업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할 경우 K-OTC거래대상 기업이 최소 100개 이상 200개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이는 "투자자보호를 강화하고 거래활성화를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 양도소득세 면제, 오히려 세원확보에 긍정적
양도소득세 감면으로 K-OTC 거래 비용을 현재 상장시장에서 거래되는 수준까지 낮추는 방안도 검토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국정감사에서 "비상장주식이 장외에서 불법으로 거래되지 않도록 양도소득세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검토해보겠다"고 밝히자 K-OTC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다.
기본적으로 비상장주는 거래세(현행 0.5%) 외 시세 차익의 10%를 양도소득세로 내야한다. 이때 과세는 자발적 신고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상당수 투자자들이 매매 기록이 남지 않는 사설사이트로 몰리고 있다.
K-OTC거래에 한정해 소액주주의 양도소득세를 면제하는 것은 투자자보호뿐 아니라 안정적 세원 확보까지도 가능하다.
금융투자협회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양도소득세 감면은 오히려 거래세 증대 효과를 가져와 5억2000만원의 양도소득세 감소효과보다 최소 47억원 이상의 증권거래세 증가효과가 크다는 것.
장외주식 거래를 전문으로하는 한 증권사 PB는 "고객들이 비상장주를 매수할 때 양도세문제 때문에 (코넥스 혹은 코스닥)상장까지 보유할 것을 권하고 있다"며 "현재 K-OTC 문제가 거래 자체가 미미하다는 점인데 세금문제가 해결되면 거래활성화에 일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