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주은 기자] 정부가 주택분양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추가 규제를 검토하고 있지만 인기 단지 분양시장은 끄떡도 하지 않고 있다.
중도금 집단 대출을 받지 못하는 고가 아파트가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이고 실제 계약에서도 '완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분양권 전매를 할 수 있는 계약 후 6개월까지 내야할 중도금이 한번 이거나 많아야 두번이기 때문에 집단 대출을 받지 않더라도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결국 정부의 집단대출 규제는 서민주택 금융만 마비시켰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이 신반포 5차를 재건축하는 ‘아크로 리버뷰’는 지난 19일 마친 정당계약에서 100% 마감했다.
이 단지는 올해 서울 및 수도권에서 분양한 단지 중 가장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체 28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8585명이 몰려 평균 306대 1의 청약경쟁률로 전 타입 1순위 마감됐다. 최고 청약경쟁률은 11명 모집에 5370명이 몰린 78A㎡로 최고 48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모든 주택형의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중도금(집단) 대출이 안 되는 곳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 7월부터 9억이 넘는 아파트에 대해 주택보증을 서지 않고 있어서다. 계약자가 별도로 분양가의 60%에 달하는 중도금을 여윳돈이나 개인 신용으로 대출을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계약 기간내 모든 당첨자가 계약을 마치는 인기를 보였다.
아크로 리버뷰 조감도 <자료=대림산업> |
정부의 규제 선언 이후 분양에 나선 고가 아파트도 높은 청약 열기를 보였다. 현대산업개발이 공급한 서울 마포구 신수동 신수1구역 재건축 아파트 ‘신촌숲 아아파크’는 지난 19일 실시한 1순위 청약접수에서 평균 74.8대1, 최고 177.7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분양가가 9억원이 넘어 집단대출을 받을 수 없는 전용면적 111㎡도 최고 15.3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2가구를 모집하는 137㎡에는 57명이 청약해 28.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마포구 망원동 망원1구역을 재건축하는 ‘마포한강 아이파크’는 평균 55.9대1, 최고 14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분양가가 9억원이 넘는 전용면적 111㎡도 최고 5대 1을 기록했다.
중도금 집단대출을 받을 수 없음에도 이들 단지들이 높은 인기를 보인 것은 계약 후 6개월만 지나면 분양권 전매를 할 수 있어서다.
실제 대림 아크로리버뷰 계약자는 계약금 10%만 낸 뒤 오는 12월 1차 중도금을 낸다. 그리고 분양권 전매 가능시기 직후인 내년 4월 25일 2차 중도금을 내야한다. 초기 프리미엄(웃돈)을 노리고 분양권 전매를 하려는 투자자는 분양대금의 각각 10%인 계약금과 1차 중도금만 내면 된다. 지금도 계약금은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즉 집단대출이 중단됐다고 해도 여윳돈이 있는 투자자는 자금 부담이 크지 않은 셈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정부 규제를 앞두고 신규 분양 시장이 인기인 것은 기 분양한 주택에 대해서는 규제가 나온다 하더라도 소급적용을 하지 못한다”며 “기존 주택이 규제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이 수요자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전매제한 6개월(서울지역) 역시 수요자를 끌어들인 만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김재언 미래에셋대우 부동산 세무팀장은 “정부가 강남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해 '분양권 전매금지'가 실시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강남 재건축에 대한 전매제한 6개월은 매력적인 포인트”라며 “투자자들의 투자 흐름을 꺾기에는 정책적 변수가 명확한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신촌숲 아이파크' 조감도 <자료=현대산업개발> |
이들은 올 연말까지는 부동산 시장이 지금과 같은 분위기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데 따른 수요자들의 투자심리는 다소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함 센터장은 “확실한 규제 발표 없이 정부 입장만으로 부동산 시장이 크게 움직일 것 같지는 않다”며 “가을 신규 분양시장이 거의 마무리 단계로 올해 분양시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실수요자들이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입장과 투자 심리 위축이 동시에 일어날 것”이라며 “하지만 주택시장이 하락세로 전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결국 정부의 집단대출 규제가 서민 주택금융만 마비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내 집마련 수요자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거나 전세금을 빼야만 분양받은 새 집의 중도금과 잔금을 낼 수 있다. 아파트를 짓는 동안엔 집을 팔거나 전세를 뺄 수 없는 만큼 집단대출 중단은 말 그대로 '집을 사지 말라'는 의미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권 전매를 노리는 투자 수요에게 현행 분양권 전매제한기간 6개월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집단대출 중단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분양권 투기세력을 잡겠다면 분양권 전매를 금지시키거나 제한기간을 늘려야 하는데 지금은 집단대출을 막아 서민만 집을 사기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